히로 이야기

그냥 ..

히로무 2016. 1. 11. 00:01


난 초록이들이 참 좋다 

그래서 평생의 보금자리를

살기 편한 아파트가 아닌  

손바닥만한 마당이라도 있는 주택으로 

집을 장만 했었다 


지나가다 꽃집이있으면 기웃 기웃 거리는게 

나의 취미중 하나였다 

히로가 유치원에 다닐때 

내가 꽃집을 또 기웃 거리자 

히로가 네 손을 잡아 끌며 


 엄마 그만 사고 가자 

집에 꽃 많은데 왜 자꾸 살려고 해 


히로는 동물에도 관심이 많아 

어릴땐 두달에 한번씩 동물원에 갔었고 

물고기도 엄청 좋아해서 

수족관도 얼마나 다녔는지 셀수가 없다

 


지금도 히로의 취미는 수족관 가꾸기 

우리집엔 히로의 취미인 수족관이 

실내에 3개나 있고 

(거실에 2개  히로 방에 1개)

그리고 마당에 1개  더 있다 


초등학교땐 장수풍뎅이랑 

사슴벌레를 해마다 키웠었다 

가재도 키웠었고 


언젠가  우리집 마당 유자나무에

아주 흉칙하게 생긴 유충이 생겼는데  

그 유충을 벌레키우는 상자에 넣고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히로가 정성껏 키웠었다 


매일 아침 신선한 유자잎을 따다 먹이로 주며 

키운 결과 

어느날 아침에 보니 아주 이쁜 나비가 

되어 있었다 

이쁜 나비를 훨훨 하늘로 날려 보낼때는 

사실 나도 참 감동을 했었다 


이것 저것 벌레들을 하도 많이 키워서 

언제 뭘 키웠었는지 

일일이 다 기억도 안날 정도이다 


물고기나 동물은 말할것도 없고 

새 박사라서 새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히로는 식물이나 꽃에 대해서는 

완전 관심 제로이다 


그런 히로가 초등 6학년때 

학교에서 선생님에게서 받아온 목화씨를 

심더니 물도 주며 관심을 가지며

키우는게 아닌가  


초등 6학년때 심었던 목화씨가 

싹을 피우고 연노란 꽃을 피우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화 꽃을 

히로 덕분에  그때 처음 보았었다 

생각보다 넘 이뻤던 이주 아주 연한 노란꽃이었다 


그리곤 열매를 맺고 솜이 되더니 

솜 속에서 까만 목화씨를 수확 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히로가 수확한 

목화씨를 다시 심었고 

 다시 수확을 하고 

그리고 작년 봄에 히로는 다시 마당 한켠의 

화분에다가 자기가 수확한 목화씨를 

다시 심었었다  






작년 봄에 히로가 화분에다 심었던 목화씨가

딱 두개 싹을 났었다 

 

그리고 식물에 관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히로가 

여름내 물을 주며 키운 결과 





해를 넘기고 1월이 되어서야

새하얀 솜이 모습을 ..





3년째인 히로의 목화 농사 

작년에 비해 흉작이다 

두 개가 싹을 트웠지만 

결국 한그루는 말라 죽고 

남은 한그루에서만 솜을 수확했다 





솜사탕처럼 보슬 보슬 하고 

새하얀 솜 속에서 

딱딱한 목화씨도 잘 영글어 있다 





솜을 떼어내니 

씨다운 모습을 드러낸 목화씨 


목화씨 1월에 수확하는게 맞는건가?

울 집이 넘 늦은 수확인건가 ?



3년째 맞이하는 히로의 목화 농사 

히로는 씨를 수확했으니 

올 봄에도 목화씨를 심겠다고 한다 


울 마당에 내가 뭘 심던 무슨 꽃이 피던 

무관심인 히로가 

목화만큼은 3년째 키우는게

나로썬 뭔 일이래 싶다 


히로에게 물어 본적이 있다 

왜 목화는 키우냐고 


히로의 대답은 " 그냥 ..."


음 ... 그냥이라....


그냥 그렇게 올 봄에 3번째 목화를 심고 

또 그냥 그렇게 수확을 하고 


언제까지 계속 될까

히로의 목화 농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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