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 이야기

때론 거짓말도 필요하다

히로무 2015. 12. 7. 01:12


중 학교 2학년인 히로 

기말 고사도 끝났고 해서 

 테니스부 친구들이랑 

놀러 갈 거라고  1주일전 부터  이야기를 했었다 


일요일 테니스부 친구들 11명이 

 시내로 놀러 나갔다 

친구들이랑 볼링장에 갈거라고 했다 



아침 8시에 나가더니 하루종일 놀고 

저녁에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집은 중학교 2학년인 

 히로에게  아직 용돈이란걸 주지 않는다 

히로는 신년에 받는 오도시다마 (세뱃돈)으로 

1년을 살아간다 


년초에 받는 오도시다마가 

금액이 좀 많다 싶지만  

히로에게 다 맡기고 알아서 하도록 하고 있다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이번 처럼 볼링을 치러 간다거나 할땐 

어느정도의 돈을 썼는지 

확인차원에서 물어 보는 정도이다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면서

오늘 경비를  얼마나 썼는지 물어 보았다  


 히로 오늘은 돈 얼마나 썼어?


 ....


금방 답이 안 나온다


 얼마를 썼는지 금방 대답을 못하면 안되지 

자기가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는 

알고 있어야 되는거 아냐?


  알고 있어 ..


 그래  얼마나 썼는데?


 5천엔 정도 (5만원 돈이다 ..)


헉 ...  뭐시라고 ???

중 2가 단 하루 

친구들과 놀러 나가서 5천엔 ..

도대체 돈을 어디에다 쓴건지 

아직 중2인데  아무리 자기 돈이라곤 하지만 

이게 겁도 없네


순간 내 속은 부글 부글 끓기 시작 하지만 

애써 속으로 열을 식히며 

일단 상황 파악은 해야 하니까 

마음을 진정 시키며 히로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忍 忍 忍 세반 정도 되새기며 


 너무 많이 쓴거 아냐?

점심 뭐 먹었는데 ?


절대 화 내지 말고 냉정하게 

忍 忍 忍


 마끄 ( 맥도날드 햄버거 ..)


볼링 두게임에  1500엔 정도일테고

마크는 500엔 전후 

근데 5000엔 ??? 



 중2가 5천엔 넘 많은거 아냐?


忍  忍  忍


 .....



히로가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니 저 놈이 엄마 열 받게 하네 

忍 이고 뭐고 

한바가지 아니 두바가지 정도 

잔소리를 늘어 놓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때 자기야가  나에게 다가와서 

살짝 건네 주는 말이 


 자기 선물 사 왔대 

모른척 해 


갑자기 웬 선물 ??


히로는 그렇다

엄마 선물을 사서 비밀로 하고싶었다면

그냥 2000엔 정도 썼다고 거짓말이라도 

하면 될텐데 ..

난 히로가 얼마 썼냐고 물어 보기만 하지 

일일이 지갑을 확인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거짓말이라도 하면 될것을 

그 거짓말이 안된다 



좋게 말해 거짓말을 못하는 순딩이이고 

나쁘게 말해 요령이 없어도 

 너무 없는 아이다 


지인은  이런 히로를 두고 

아직 순수하니 얼마나 좋으냐며 

좋게 좋게 말을 해 주긴 하지만 

사실 난 좀 걱정이다 


히로는 아빠랑 닮아도 넘 닮았다 

히로 아빠가 그렇다 

거짓말을 못한다 

간혹 대충 얼버무려 거짓을 말해도 

금방 들통이 나 버린다 


오늘도 그렇다 

자기야의 빠른 대처로 내가 더 이상 

히로에게 캐 묻지 않았지만 

자기야가 귀뜸을 해 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도 히로에게 일장 연설을 했을것이다 

내 성격에 일장연설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천둥 번개가 떨어졌겠지 ...



그랬다면 모처럼 큰맘먹고 엄마 선물 샀다가

자칫 엄마에게 돈 많이 썼다고 

혼 나는 일이 생길뻔 했다 


아이가 너무 약아도 문제지만 

너무 약지 못해도  엄마로썬 걱정이다 

타고난 천성을 바꾼다는것 

정말 힘든일이지만 .....

히로에게 넘 아쉬운 부분이다 

가끔은 거짓말도 필요한데 ..





'히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이 보고 느낀 제주도   (0) 2015.12.27
아들 편지에 반성하기   (0) 2015.12.08
목표가 거시기하네  (0) 2015.12.05
직장 체험 수업  (0) 2015.11.25
의외로 까타로운 일본 중학교 교칙   (0) 201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