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이런 ... 이런...

히로무 2015. 8. 18. 08:02


일본의 추석인 오봉을 

시댁에서 보내고 돌아왔다 


며칠만에 돌아온 

우리집 주차장 화분위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 있었으니 ...





우리 가족은 

시댁에 도착하면 바로 산소에 간다 


일본은 주택가 한 가운데에

당당히 묘지가 있는

주택과 묘지가 공존 하는 나라인지라 

한국처럼 몇시간 걸려 산으로 가는게 아니다 


우리 시댁의 묘지는 시댁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어서 가볍게 휙 하니 다녀 올 수가 있다 


그래서 항상 시댁가면 묘지에 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 드리는 것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이다 


나고야 가는 날 

시댁에 가져갈 이런 저런 선물 챙기면서 

성묘갈때 가져갈 꽃을 미리 꽃집에서 

 두 다발 사 두었다 


물론 시댁가서 사도 되겠지만 

시부모님과 함께 가다 보니 

시부모님이 미리  꽃값을 계산 하신다 

우리가 낸다고 해도 못 내시게 하시는지라...


손자 내외가 어쩌다 한번 성묘를 가는데 

꽃 정도는 우리가 직접  준비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한 꽃..


출발전 차에 짐을 실으며 

꽃을 물에 담궈 가져 가야지 하며 

잠깐 주차장 뒷쪽 화분위에 올려두고 

그리고 이것 저것 처 안에 가득 실고 

자 ! 출발 ! 


 뭐 잊어 버린거 없지 ?

요즘 가끔 진짜 가끔 깜빡 깜빡 하는지라 

어딜 나설때 항상 하는 나의 입버릇이다


한참을 달려 고속도로에 막 진입을 했는데..

 헉 ! 자기야 ... 꽃 실었어?

  .... 아니 ..

 차 돌려 

 무리! 지금 고속 탔단 말이야 

  ㅠㅠㅠㅠ


아이고... 내 꽃 이 더운 땡볕에 어쩐다나 


그렇게 첫 휴게소에 들릴때까지 

내 머릿속엔 온통 꽃 ! 꽃 ! 꽃 ! 






더운 여름 날씨에 

불쌍한 이 아이들 ...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하고 

깜빡 깜빡하는 아줌마 만나 

이렇게 가 버리다니 ...


힘없이 쳐져 있는 이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 





이렇게  깜빡 깜빡 하는 

건망증 아줌마 대열에 합류하고 있음을 

스스로 검증하고 

멍하니 시든 꽃 들고 있는 나


 버리지 뭘 그리 쳐다 보고 있어?

 자기야 ! 이젠 나 믿지마 

이젠 나도 나를 못 믿겠어

이젠 나만 믿지 말고 

자기가 좀 챙겨 

 부탁할 사람에게 부탁 해야지 

지금 나 한테 ??


하긴 .... 우리집 자기야는 

꼭 한가지씩 부족한게 매력인 남잔데 

자기 몸 하나 챙기기 바쁜 자기야인데 ..


그래서 자잘한건 지금껏 모두 내가 챙겼는데 ..

옛날엔 절대 이런 일 없었는데 

말 그대로 아 ! 옛날이여다 


이런 ... 이런 ...

근데 이젠 어쩐다나  우리....


...

...


어쩌긴 뭐 ...

이러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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