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석인 오봉을
시댁에서 보내고 돌아왔다
며칠만에 돌아온
우리집 주차장 화분위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 있었으니 ...
우리 가족은
시댁에 도착하면 바로 산소에 간다
일본은 주택가 한 가운데에
당당히 묘지가 있는
주택과 묘지가 공존 하는 나라인지라
한국처럼 몇시간 걸려 산으로 가는게 아니다
우리 시댁의 묘지는 시댁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어서 가볍게 휙 하니 다녀 올 수가 있다
그래서 항상 시댁가면 묘지에 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 드리는 것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이다
나고야 가는 날
시댁에 가져갈 이런 저런 선물 챙기면서
성묘갈때 가져갈 꽃을 미리 꽃집에서
두 다발 사 두었다
물론 시댁가서 사도 되겠지만
시부모님과 함께 가다 보니
시부모님이 미리 꽃값을 계산 하신다
우리가 낸다고 해도 못 내시게 하시는지라...
손자 내외가 어쩌다 한번 성묘를 가는데
꽃 정도는 우리가 직접 준비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한 꽃..
출발전 차에 짐을 실으며
꽃을 물에 담궈 가져 가야지 하며
잠깐 주차장 뒷쪽 화분위에 올려두고
그리고 이것 저것 처 안에 가득 실고
자 ! 출발 !
뭐 잊어 버린거 없지 ?
요즘 가끔 진짜 가끔 깜빡 깜빡 하는지라
어딜 나설때 항상 하는 나의 입버릇이다
한참을 달려 고속도로에 막 진입을 했는데..
헉 ! 자기야 ... 꽃 실었어?
.... 아니 ..
차 돌려
무리! 지금 고속 탔단 말이야
ㅠㅠㅠㅠ
아이고... 내 꽃 이 더운 땡볕에 어쩐다나
그렇게 첫 휴게소에 들릴때까지
내 머릿속엔 온통 꽃 ! 꽃 ! 꽃 !
더운 여름 날씨에
불쌍한 이 아이들 ...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하고
깜빡 깜빡하는 아줌마 만나
이렇게 가 버리다니 ...
힘없이 쳐져 있는 이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
이렇게 깜빡 깜빡 하는
건망증 아줌마 대열에 합류하고 있음을
스스로 검증하고
멍하니 시든 꽃 들고 있는 나
버리지 뭘 그리 쳐다 보고 있어?
자기야 ! 이젠 나 믿지마
이젠 나도 나를 못 믿겠어
이젠 나만 믿지 말고
자기가 좀 챙겨
부탁할 사람에게 부탁 해야지
지금 나 한테 ??
하긴 .... 우리집 자기야는
꼭 한가지씩 부족한게 매력인 남잔데
자기 몸 하나 챙기기 바쁜 자기야인데 ..
그래서 자잘한건 지금껏 모두 내가 챙겼는데 ..
옛날엔 절대 이런 일 없었는데
말 그대로 아 ! 옛날이여다
이런 ... 이런 ...
근데 이젠 어쩐다나 우리....
...
...
어쩌긴 뭐 ...
이러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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