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 이야기

뜻밖의 결실

히로무 2014. 10. 24. 00:00


지난 봄 히로가 빈 화분 남는게 있으면 하나 달라고 했다 

새까맣고 작고 단단한 씨 두개를 들고와서 심겠다고 한다  

몇 개의 빈 화분이 있었지만 무엇을 심을지 

다 정해져 있던 터라  남는게 없다고 했는데 

히로가 나도 모르게 큼직한 화분 하나를 가져다가 

  심었다고 만지지 말라고 했다 


심은게 뭐라 뭐라고 하는데 내가 모르는 것이라 

대충 알았다고 넘겼는데 

어느날  싹이나고  잎이나더니 쑥쑥 뭔가가 자라났다 


꽃도 아니고 이게 뭔지 모르는 나에게 

무척이나 괄세를 받았던 아이다 

물도 잘 안 주고 모든걸 히로에게 맡기고 

난 내가 키우는 꽃들에게만  사랑을 듬뿍 주었고 

히로의  화분은  쳐다도 보지 않았었다 






이런 꽃이 폈다 

꽃이 이쁘긴  한데 난 처음 보는 꽃이다 

꽃이 필때까지 이게 무슨 꽃인지  모르고 있다가 


지난 여름 우리집에 오셨던 친정 엄마가 

히로가 심은 화분을 보시곤 

" 어! 저거  목화네... 잘 키웠네 .."


내게 괄세를 받고 자랐던 저게 목화라고..


친정 엄마 말에 의하면 목화는 씨가  굉장히 딱딱해서

 씨부터 심어서 발아시켜 

꽃을 피우기가 힘든데 히로가 잘 키웠다고 하셨다 

친정 오빠도 작년에 목화를 키운다고 

목화 화분 하나를 꽃집에서 사다 키웠지만 

결국 잘 키우지 못했다고 한다 


난 목화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급 관심을 가지고

히로에게 이것 저것 물어 보았다 

초등 6학년이었던 작년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필요한 사람이 

있냐고 물었고 히로가 선생님께 한번 키워 보고 싶다고  해서

 씨앗 두개를 받아 왔었다고 한다 


그리고 봄에 씨앗 두개를 심었고 

두개가 다 싹을 틔워 잘 자라 주었던 것이었다 






목화 꽃이 지니 저런 딱딱한 열매 같은게 나더니 





더위가 다 가자 살짝 잎도 단풍이 들고 





드디어 이번달에 딱딱한 열매가 저절로 터지더니

 이렇게 목화가 ..

태어나서 처음 보는 목화 꽃이었고 

처음 보는 목화다 






10월인데 아직 꽃이 핀다 

목화가 원래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꽃과 열매와 목화가 한가지에 다 함께  열렸다







히로가 처음 나의 화분 하나를 가져가서 

이쁜 꽃이나 심지 쓸데 없는 것 심는다고

궁시렁 궁시렁 잔소리를 했는데 

그리고 히로가 심은거니 니가 관리 하라며 

난 물도 제대로 한 번 안 줬는데 

이게 목화라는 소리를 듣고 부터 

히로보단 내가 더 열심히 목화의 성장 과정을 지켜 보고 있다 

히로는 목화가 터져서 솜을 내 뿜자 

만족 하였는지 관심이 사라진것 같다 

 


뭔지도 몰랐던 그래서 나에게 무척이나 괄세를  받았던 

         의문의 두 개의 씨가  목화라는 결실을 맺었다 

근데 저 목화를 따다가 뭐에다가 쓰지 

씨를 받을수 있을까?

씨는 어디에 있지?

혹시 저 솜 속에 씨가 들었나 ?

다음주쯤 목화를 수확 해 볼까  한다 

그리고 아직은 씨가 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지만 

씨를 받을수 있다면 

내년 봄엔 처음부터 목화의 성장을 자세히 관찰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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