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 이야기

아침에 울리는 전화는..

히로무 2014. 10. 11. 00:00




(히로가 다니는 학교 복도)



금요일 아침 히로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전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아침 7시 55분 전화 벨이 울린다 

이 시간에 도대체 누구지 ?

친한 사람들은 다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텐데..

이른 아침 전화 올 일은 없는데....



전화의 상대는 히로의 담임 선생님이셨다 

무슨일이야? 왜 ? 왜? 이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뭔 사고라도 났나?

두근반 세근반 뭔일이래...

무슨일?? 


일본학교는 담임으로부터 전화 올 일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때도 6년간  딱 두번 전화를 받았는데 

한번은 아이가 야외수업중 벌에 쏘였다는 것

응급처치는 했지만 아이 상태 지켜본후 이상있음

 바로 병원에 데려가라는것 

그리고 또 한번은 열이 있으니 아이 데리고 가라는것이었다 

이 두번의 전화도  담임이 아닌 양호선생님으로부터였다 


아주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아이가 다치지 않는한 

담임으로 부터 전화 올 일이 없는데 

짧은 수초간 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는데


  오늘 체육수업이 있는데 

히로군이 체육복은 잊어버리고 안가지고 왔다고 하네요 

히로군이 집으로 전화 좀 해 달라고 해서요..."


 어머! 선생님 죄송해요 

지금 바로 가지고 갈께요 


너무 갑작스런 전화에 생각하는 모든 기능은 정지 상태

 허둥지둥 초 스피드로 체육복 챙기고 차를 몰고 학교로 ...


다음주 합창 발표회가 있어서  교실문을 꼭 닫고 

모두들 열심히 합창 연습 중이다 

문을 열수도 없고 어쩌나  왔다 갔다 하는데 

히로 담임 선생님 금방 알아채고 문을 살짝 여시고 얼굴만 내미신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여기 체육복... 잘 부탁 드립니다 


얼른 체육복만 내밀고  인사도 제대로 못드리고 나왔다 
물론 합창 연습을 하고 있던 히로는 
내가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른다 



(히로는 학교 로비에서 바라본 풍경)



퇴근후  집에 들어서자 마자 
히로에게 살짝 눈을 흘기고 

 히로 넌 뭔 배짱으로 선생님께 그런 전화 해 달란 부탁을 했니?
도대체 선생님께 뭐라  부탁드린거니?

 그냥 .. 선생님 오늘 체육복 잊어 버리고 
안가지고 왔는데 집에 부모님 계시니 전화 좀 해주세요 그랬지 

 야.. 너 그런걸로 잘도 선생님께 부탁한다 
배짱도 좋네...

 뭐 그게 어때서...
부탁 할 수도 있지...

항상 출근이 빨랐던 나 
얼마전부터 크리스마스 케잌 준비작업 들어가면서 
출근 시간이 많이 늦춰졌다 
늦춰진  출근 시간 덕분에 잔화를 받을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요즘 아이라 다른건지 남자 아이라 다른건지...
내가 어릴땐 선생님이 어려워 아무 소리도 못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참 당당하다

히로  부끄럼 많이 타서 그런말 못 할 줄 알았는데...
 
내 아이라도 내가 모르는 부분들이 참 많은것 같다 
개인면담때 선생님으로 부터 듣는 히로 이야기 
간 혹 친구 엄마들 만나서 전해 듣는 히로의 이야기들  
그리고 동네 할머니들이 전해주는 히로의 이야기들...





비단 아이의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게 다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만으로 그 사람을 
그리고 그 상황을 판단해 버리는것은 ...

난 어떨땐 나 자신을 잘 모를때도 있다
지금 내가 무얼 바라는걸까?
내가 지금 뭘 원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걸까? 
가장 잘 알아야 할 내 마음을 내가 모를때도 있다 
하물며 남이 내 맘을 알아 줄까?
흔히들 말한다 
보여 줄수 있으면 뒤집어서 보여 줄텐데 ...
왜 사람 속은 뒤집어서 보여 줄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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