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듯 짧은듯 여름 방학이 끝나고 오늘부터 학교다
히로의 마지막 방학 숙제를 어제 저녁에 했다
그 숙제라는건 가사 숙제이다
균형맞춘 식단을 짜서 만들기다
엄마의 숙제인지 아들이 숙제인지..
일단 히로에서 재료별 영양군을 선별 후 메뉴를
결정하게 했다
히로가 결정한 메뉴는 연어 구이와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 그리고 야채 볶음이었다
마트에서 필요한 재료를 사다가
숙제 시작이다
먹어 만 봤지 히로가 뭘 제대로 할까?
옆에서 난 감독이다
이것 저것 지시하는대로 히로는 움직일뿐...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맛을 내고
미소시루 만들기
칼질하는 히로.
보기에 어설프고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마음 같아선 저리 가라 하고
팔 걷어 부치고 내가 하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숙제는 숙제인지라
답답한 마음 꾹 눌러 참고
입으로 열심히 지시만 내렸다
아이의 어설픈 칼질을 지켜만 보는것은
정말 보통 인내가 아니다
그래도 인내 해야 하느니라 하며 꾹 꾹 참았다
내가 대신 해 준 건 단 하나!
바로 양파 채 썰기이다
히로가 눈이 매워서 도저히 양파는 못 썰겠다고 해서
양파만 내가 대신 썰어 주었다
미소시루에 들어갈 두부
위험하니 도마에 올려 놓고 썰라고 해도
엄마처럼 저렇게 손 위에 올려 놓고 썰어 보고 싶었다며
삐뚤 삐뚤 조심조심 손 위에 두부를 올려 놓고
썰어 대는 히로의 표정.. 신나 보인다
옆에서 지켜 보는 나는
"에고 빨리 좀 하지... 저러다 언제 저녁밥 먹나...."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양 풍부한 모로헤이야
이건 내가 히로에게 추천한 메뉴다
물에 삶아서 잘게 잘게 썬후
멘쯔유(간장)이랑 깨 그리고 참기름 조금 떨어 뜨린후
휙휙 저어주면 되는 간단 요리이다
초 간단이지만 영양이 풍부 해서 즉석에서 추가한 모로헤이야.
연어 구워 내고...
이것도 히로에게
"히로야 익은것 같으면 한번 뒤집어 줘라 "
어쩌고 저쩌고 계속 지시를 내리고
쏘세지를 넣고 이것 저것 야채를 넣고 뽁은
야채 볶음이다
까스를 쓰는 일이라 히로에게 잠시도 눈을 못 떼고 지켜 보았다
히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내 마음이 그렇지 못해서 계속 옆에서
불 낯춰라... 잔소리를 늘여 놓게 된다
내가 만든건지 히로가 만든건지
평소보다 배나 더 피곤하다
평소보다 세배는 더 걸려 만든 저녁식사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이유야 뭐든
중1인 히로가 처음으로 차려준 저녁상이다
평소에 야채를 잘 먹지 않는 히로이지만
자기가 볶았기 때문인지
야채볶음이 맛있다며 먹어댄다
학교의 여름방학 숙제 덕분에
아들이 차려준 저녁상을 받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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