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기

처음 만들고 처음 먹고

히로무 2016. 10. 19. 08:27


울 동네는 변두리이다보니 

아직 여기 저기 텃밭이 꽤 있다 

요즘엔 여기저기 널린 텃밭에 

고구마들이 잘 자라고 있다 


일본은 고구마 줄기를 먹지 않는다 

언젠가 아는 할머니에게 

일본은 고구마 줄기를 먹지 않느냐고 여쭈니

 옛날에 아주 아주 옛날엔 

고구마 줄기를 일본에서도 먹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그런거 먹는 사람 아무도 없어 ...

요즘 먹을것 천지인데 누가 그런걸 먹어 

 라 하신다 


당연히 내 또래 일본 친구들은 고구마 줄기를 

먹을수 있다는 것도 모르더라는 ..

 

고구마 줄기가 옛날에 먹을게 없을떄 먹던 

그런 식재료로 취급 되어지는 것 같다 

고구마 줄기는 비타민 C도 풍부하고 

노화 방지에도 좋고 여로모로 좋은데 말이지 ...


울 동네 텃밭마다 넘쳐나는 고구마 줄기가 

그대로 썩어 간다


일본이란 나라 생각보다 넓은 나라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지역마다 먹거리도  다르고 풍습도 다르고 ..

혹 일본에서도 시골 어딘가에선 아직 

고구마 줄기를 먹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동경 근처에는 파는 곳이 없다 

돈이 있어도 사 먹을수 없는 

어떤 의미론 귀하디 귀하다게 고구마 줄기이다 



사실 난 고구마 줄기로 반찬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오래전 내가 어렸을때 울 엄마가 

고그마 줄기를 벗기시는걸 도와 드렸던 

기억만이 가물 가물 하다 


한번도 해 보지 못한 고구마 줄기 반찬 

아마도 내가 한국에 살고 잇다면 고구마 줄기 같은것 

쳐다도 안 보았을것 같다 


일본에 살다보니  한구에선 그냥 스쳐 지나갈 

작은것 하나도  다 추억이고 그립고 그렇다 


그래서 동네 텃밭에서 고구마 줄기를 얻어 왔다 

내가 특히 고구마 줄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싶은것도 아닌데 

그냥 막연히 엄마가 만들어 주신 고구마 줄기 볶음을 

먹었었는데 하는 추억에 ...





음 ... 아마도 껍질을 먼저 벗겼던 것 같은데 ...

삶아서 벗기나 

아니면 먼저 벗기나 ...

일단 벗겨 보자 고구마 껍질





하  하  하 

뭔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추억속에 고구마 줄기 

껍질 벗기는게 장난이 아니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나 

살짝 후회가 ...


저녁상 물리고 고구마 줄기랑 씨름을 하고 있는 나를 

히로도 자기야도  슬쩍 슬쩍 쳐다보며 

도대체 뭘 하냐고....





장갑 끼고 하길 정말 잘 했다

손이 아니 장갑이 풀물이 들고 말았다  

그나 저나 허리도 아프고 

내가 도대체 뭔 짓을 시작한건지 ...

한시간 정도 씨름을 한 것 같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 


무조건 맛있다고 해 

맛없다 소리 하면 그냥 죽음이야 

알았지 ?


   헐 ...






드디어 끝났다 

사실 고구마 줄기 볶음 맛도 생각 안난다 

그냥 어렴풋이 어릴적 먹었던  반찬 속에  

고구마 줄기 볶음이 있을뿐 ..

근데 사실 그 기억이 정확 하지도 않다 

고구마 줄기 볶음 먹긴 했었는데 

그게 울 엄마가 만들었던 건지 

울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단은 물을 팔팔 끓여서 

소금 조금 넣고 삶아 내고 

기름 두르고 마늘 빻아 넣고  달달달 볶았다 

깨도 듬뿍 넣고 





드디어 완성 고구마 줄기 볶음 

볶자 마자 

자기야랑 히로에게 한 입 

아...


 어때 어때?


 음 ...  의외로 맛있네


 진짜? 무조건 맛있다고 해야 한다는 

내 햡박 때문이 아니고?


 응  맛있어 


채소를 넘 넘 싫어하는 히로가 맛있다고 하니 

진짜인가 


 씹히는 식감도 좋고 맛있는데 ..

고구마 줄기를 먹는건 또 처음 알았네 

근데 맛있다 


또 한 입 앙...


나에겐 고구마 줄기 볶음이 

나이 40넘어 처음 만들어 본 반찬이고 

자기야에겐 나이 40넘어 

처음 먹어 본 반찬이고 ...


한시간 넘게 고생 고생하며 고구마  껍질과 

씨름을 한 결과가 

자기야랑 히로가 맛있다고 하니 대 만족이다




과하다 과해 

http://michan1027.tistory.com/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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