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기

자기야 생일 아침 밥상

히로무 2016. 9. 11. 00:00


참 빠르다 

자기야랑 나랑 처음 만났을때 

자기야 나이가 스물 넷 이었나보다 


그런데 오늘 자기야가 마흔 셋 생일

(참고로 일본은 만 나이..)


빠르다 빨라 진짜로 새월이  ..


자기야와 함께 하는 첫 생일은 장소는 한국이고 

나도 자기야도 파릇 파릇한 새싹이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장소는 일본이요

파릇 파릇하던 새싹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중년의  쉰내나는 아제가 내 옆에 있다 






평소엔 아침 식사를 집에서 먹지 않는 자기야다 

일어나서 바로 먹는 아침식사가 영 소화가 안된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평일엔 내가 만들어 주는 

샌드위치나 오니기리를 가져가서 

회사에 출근후 업무시작전 간단히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 생일은 주말이다 

그 말은 생일 아침상을 차려야 한다는 말...


어쩌겠나 

파릇파릇한 새싹이 아니라

쉰내나는 중년 아제라도 

내 자기야니까 생일상 간단하게나마 

챙겨 줘야제 

왜냐면 ... 난 착한 마눌이니까 ...










연두부에다가  몸에 좋다는 

녹색채소인 모로헤이야 나물 

콩나물도 팍팍 무치고 

그다지 맛 없는 마누라표 김치 한조각에 

일본 조림 요리인 니모노 


생선 한조각 굽고 

어차피 저녁은 외식할거니까 

아침은 간단히 간단히 

 

마당에서 꺽어온 노란 꽃과 보라색 꽃도 

한송이 꽂아주고 센스


뭐 자기야는 일본 사람이니까 

생일날 미역국이란 공식은 적용이 안되니까 

미역국 대신 간단한 일본 미소 된장국





한국은 생일날 하면 미역국 먹었나 ? 지만 

일본은 아니 우리 시댁은 

생일하면 세끼항 (찹쌀밥 ) 이다 


어릴적 부터 자기야는 생일이면 당연히 

시어머님이 만드신 세끼항인 찰밥을 먹고 컸으니 

지금도 당연히  세끼항만 있으면 

다른 반찬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 


반대로 아무리 진수 성찬을 차려도 

찰밥이 없으면 섭섭하다는 자기야다 





반찬은 소박하지만 

찰밥이 있으니 자기야는 만족 만족 




사실은 사실은 ...

어제 저녁 불금이라 울 자기야 

회식하고 막차 타고 집에 왔다 

당연 막차니까 밤 12시를  넘기고 

날이 바뀌어 생일날 귀가한 셈이다 


기분 좋게 알코올이 들어간 자기야

나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자기야 오늘 뭐 날인지 알아 ?

 뭔 날은 뭔날이야 

자기 술 먹고 늦게 온 날 


잠시후 또 묻는다 


자기야 진짜 오늘 뭔날인지 몰라 ?

 그니까 자기 술 먹고 늦게 온 날 

왜 자꾸 물어 

 진짜로 진짜로 몰라 ?

 아 귀찮게 왜그래 

술 먹고 늦게 온 날이잖아 


세번이나 자기야는 뭔 날인지 아느냐 묻고 

난 세번 똑 같이 흔들림없이   

자기 술 먹고 늦게 온 날이란 대답 



 진짜 모르나 보네 ...

아 ! 슬프다 


그 말을 남기곤 쿨 쿨 꿈나라로 ....


아침에 아직 잠들어 있는 자기야 

나는 자기야 생일 아침상을 차렸고 


 자기야 밥 먹어.


 어 .... 찰밥이네 ...

자기 알고 있었어?


 도대체 마누라를 뭘로 보는거야

자기 생일도 모를까 봐 

자꾸 뭔 날이냐고 물어 봐


그런 일이 있었다 

울 자기야는 아직도 이런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다  

자꾸 확인 할려고 하고

어린애처럼 어리광도 부려야 하고 ..








마누라가 자기 생일 잊어 버린줄 알고 

살짝 삐쳐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떡 하니 찰밥이 있으니 

내가 언제 비쳤었어 라며 

활짝 웃는 자기야 


요럴땐 쉰내 나는 중년 아제가 아니라 

스물 네살 파릇 파릇 새싹 같

아직 철부지 같은  구석이 

아직 남아 있구나 싶다 




자기야 쉰내나는 중년 아제가 된걸 

축하 합니다요




작년 남편 생일상에 관한 포스팅  

http://michan1027.tistory.com/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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