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에

손님이신데 참 친절하시네요

히로무 2014. 2. 7. 21:20

 

일본인과 결혼 해 일본에 사는 한국 분들은

대부분이 일본에 공부하러 왔다가  혹은 일본이 좋아 일본에 여행 왔다가

그리고 일본에서 일을 하다 만나 결혼 하는 커플이 많다

 

나의 경우는 좀 다르다

난 사실 일본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 하는 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서울에서 아는 분 소개로 만났다

 그 소개라는게 남녀간의  소개가 아니라 

아는 일본 청년에게  한국을 좀 안내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나 어쩌다보니 한국에서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이라는 사람이 일본 사람.

남편의 비자문제로 어쩔수 없이 일본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서 온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일본에 왔을땐

일본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조금만 스쳐도 고멘나사이...

아리가또 ... 시쯔레이시마스...

마음에도 없으면서 입버릇 처럼 잘도 나온다..

식당에 가서 뭘 시켜도 밑반찬 없이  달랑 시키는 것만 나오고

서비스의 개념도 한국이랑 다르고..

일본의 장점이 전혀 눈에 들어 오지 않았었다

그렇게 십수년을 살다보니 점점 일본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한국을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오히려 한국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가끔 있다

 

몇년 전  한국에 갔을때의 일이었다

항상 그랬던것 처럼 한국에서 쓸 돈을 환전 하기 위해  모 은행에 갔다

환전 창구에서 남자 직원과 있었던 일

 

 엔을 원으로 바꿀건데 환율이 어떻게 되나요?

 네 손님 00입니다

 네 00 바꿔 주시겠어요

 신분증 주시겠어요

 네 여기있어요. 부탁드립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우대 많이 해 드릴께요

 네 고맙습니다.

 

일본에서 그랬던것처럼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버릇처럼    부탁한다. 고맙다. 감사한다를  수 없이 반복 했나 보다

그것도 웃는 얼굴에 나긋 나긋 이쁜 목소리로

 

 (웃음 가득한 얼굴로) 고객님은 손님이신데도 참 친절 하시네요..

일본에 사셔서 그러신지....

  ????

 

은행의 남자 직원이랑 환전을 끝나고도  이런저런 수다까지 떨고

커피도 한잔 얻어 마셨다

그 직원도 기분 좋게 나도 기분 좋게 그렇게 일을 마쳤다

 

그 직원의  말 한마디에 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일본사람은 마음에도 없으면서  가식의 말을  한다 그렇게도 불평을 했건만

어느새 내 입에서도 수도 없이 그런 말을 뱉고 있다

마음에 있던 없던 감사의 말과 부탁의 말은 상대를 기쁘게 하는구나

참 단순한 일인데 ...

한국이 어쩌고 일본이  어쩌고...

좋은건 배우고 나쁜건 버리면 될것을

 

손님이신데도 참 친절 하시네요

내 인생에 잊어 버리면 안 될 명언이 되었다

그래 친절해서 남주냐

그게 가식이든 진심이든 항상 웃음을 띠고

친절한 말을 내뱉는 기분 좋은 아줌마가 되어야 겠다고...

기분 좋은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