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에

흰 머리로 한바탕 소동

히로무 2014. 3. 6. 16:32


40을 넘은지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 흰머리가 없는게 

나의  자랑거리중 하나이다

나 보다 두살어린 자기야는 삼십 초반부터 흰머리가 나더니 

지금은 염색을 하고 있다


작년 한국에 갔을때의 일이다.

나보다 두살 많은 언니에게 자랑질을 했다

 언니  나 아직 흰머리 없다 

 나도 아직 없다 

옆에서 듣고 있던 언니보다 세살 많은 

오십을 코 앞에 둔 오빠가 

  나도 아직 없다 

자랑질 하려던 막내 깨깽 꼬리를 바짝 내렸다 

흰머리도 유전인가 ?  

괜히 자랑질 하려다  본전도 못 찿았다


나 보다 두살어린 이웃친구 아유짱은 20대 후반부터 흰머리가 나서

지금은 염색 안하면 못 나간다하고 

나보다 세살 많은 유미짱은 

흰머리 세는것 보다 검은 머리 세는게 더 빠르다 하고

내가 아직 흰 머리  없다하면 

다 들 너무나도 부러워 하는데


근데 어제 저녁 드디어 한 올의 흰머리카락 발견! 

그것도 정수리 꼭대기에 짧은 흰머리 한 올이 빳빳이 고개를 들고 

자기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난리가 났다 .

 나도 이제 끝이다 호들갑을 떠니

히로가 "아직 엄마 괜찮아 . 괜찮아" 

하고 위로를 하지만 

내 귀에 들어 올리는 없고 

당장 히로에게 내 머리 속 다 뒤집어 

흰머리 찿아 내라는 명령을 내리고 

히로는 한참을 내 머리속을 헤집어야 했다

결국 또 한 올을 발견 ! 난 두 올의 흰머리카락을 보며 깊은 한숨만!

자기야 퇴근하고 내 흰머리카락을 보여 주며 

호들갑을 떠니 

 겨우 두 개 가지고 뭘 그래

괜찮아 자긴 아직 젊어!


자기야의 위로가 내 귀에 들어 올리 없고 

난 한숨을 폭 폭 쉬며 어둡고 쓸쓸한 밤을 보냈다

친정 언니는 오빠는 아직 흰머리 없을까?

설마 흰머리 있겠지?

언니야 오빠야 막내도 이제 흰머리 났다. 흑  흑  흑 


겨우 두 올! 

그 두올이 문제다 . 한번 나기 시작하면 

이제 쑥쑥 여기 저기에서 고개를 내밀겠지...

사십을 넘고도 흰머리 없다는게 나의 자랑이고 위안이었는데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상실감 누가 알아줄까?


어젯밤 흰머리 두올에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난 오늘 미용실로 향했다

그리고 머리를 짧게 짤랐다

왜 짤랐내고 ? 모르겠다 

그냥 그러고 싶어져서...

머리를 자르고 나니 어제밤의 우울함은 조금 없어진듯하기도 하다 

아자! 아자!

 괜찮아 ! 힘내자! 

그깟 흰머리 하나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