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가 짐 싸들고 집 나간지 첫날이다
음 .... 조용하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날 울 집 자기야는 늦게 온단다
저녁식사도 필요없단다
히로도 없고 자기야도 없고
저녁 밥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하루가 여유롭다
평소엔 오후만 되면 오늘저녁은 뭘 해 먹나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데
근데 그 고민 아닌 고민을 해도
별 다른 메뉴가 나오는 것도 아니면서
오후만 되면 " 오늘 저녁 뭐 해 먹나 .."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수 없나 보다
저녁밥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오늘은 일치감치 운동하러 가서 땀 한바가지 흘린후
사우나 들어가서 또 땀한바가지 흘리고 나니
몸도 마음도 사뿐 사뿐 가볍다
저녁밥 안 해도 된다는데
난 어쩔까 ?
굶어?
노 ! 노!
요즘엔 절대로 한끼도 굶을수가 없다
나이 탓인가
좀 더 젊었을땐 한끼 .. 아니 두끼를 굶어도
그냥 견딜만 했는데
40대가 되고 나니 단 한끼도 거르지를 못하겠다
이젠 진짜 한끼를 굶으니 몸에 힘이 없다
좀 과장스럽지만 두기를 굶으면
눈 앞이 노래지면서 식은땀이 다 난다
그러니 절대 굶을수는 없고
밥 하기 싫고 ..
뭔가를 먹어야겠는데
점심이라면 모를까 저녁에 나 홀로 식당은
참 용기가 필요한것 같다
혼자로 어디 들어갈래야 갈만한 곳이 없다
그래도 혼자 가서 나홀로 밥을 먹어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곳은
딱 한 곳 떠오른다
그 곳은 바로 라 .. 면 .. 집
일본에선 라면집이라면 혼자로 먹는게
넘 자연스럽고 당연시 되는 곳이다
운동하고 땀 한바가지 흘리고
사우나 하면서 또 땀 한바가지 흘리고선
칼로리 폭탄인 라면이라니 ...
쏭 쏭 썬 파가 듬뿍 듬뿍
된장맛 라면...
운동한 후라서인지 평소보다 더 맛나다
국물까지 싹 싹 비워 버리고 마는 ..
그리곤 후회
참아야 했는데
그래야 했는데 말이지 ..
내가 성실히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도
절대로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 !
먹기 위해 운동을 하는 여자 라는 사실 !
이러니 살이 빠질리가 있나
집으로 돌아오니 반겨 주는건 울 집 여수 모꼬짱이다
모꼬짱이랑 동네 한바퀴 휙 돌고 왔다
이것 저것 많이 했는데도 혼자 보내는
밤이 참 길다
음 ... 조용하다
넘 조용한 밤이다
자기야는 오늘 저녁 뭐 먹었을까나 ..
히로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려나 ...
음 ... 조용하다
넘 조용하다 ...
모꼬야 이리 온나
내캉 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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