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 이야기

사춘기 아들의 편지

히로무 2016. 3. 11. 00:00


요 3일간 기분이 정말 별로였다 

3일간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3일전 중2 아들놈과 작은 논쟁이 있었다 

부부싸움도 그렇고 가족들간의 다툼이라는게 

사실 그 원인은 정말 보잘것 없는것 같다 

정말 큰일은 가족간에 서로 의논을 하니 

정작 싸움이 안되는 것 같다 


히로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을 

거실에다 휙 던져둔다 

초등학교때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먼저 숙제를 하고 

내일 학교 갈 가방 준비까지 다 끝내고 

놀거나 TV를 보거나 했었는데 

중학생이 되더니 초등학생때 보다 

 오히려  더 못하다 

엄마 입장에서 보면 한살 한살 나이가 들수록 

한가지라도 더 성장하고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인데

오히려 더 못해져 가니..


매일 같이 도시락 싱크대에 갖다 놓아라

 노래를 불러도 

저녁 식사후 설거지까지 다 끝낸후에 

뒤늦게 도시락을 내어 놓는다거나 

가방을 자기 방에 가져 가지 않고 

거실에다 계속 방치 하는 일 

자기 방 정리 하지 않고 엉망진창 

등등 ...


어찌보면 정말 사소한 일들이지만 

워킹맘으로 나름 바쁘게 생활하는 

나에겐 엄청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도시락 내 놓고 가방 정리하는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매일 매일 노래를 불러도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고 


3일전엔 참다 참다 내가 잔소리를 좀 했더니 

내 눈을 똑 바로 쳐다보며 

말대꾸를 따박 따박하는데

내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 버렸다 


히로에게 한바탕 퍼 부어 버렸다

그리곤 3일간 나도 히로도 

서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냥 서로가 투명 인간 취급 ...


이게 사춘기? 반항기?

북한군도 무서워 한다는 

그 소문의 중2병..


그렇게 소 닭 쳐다 보듯 하며 지낸 3일간이었다 



오늘 회사에서 돌아오니 

테이블 위에 두장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히로가 학교 가기전에 

엄마가 퇴근후 볼수 있도록 

미리 테이블에 올려 두고 학교에 간 듯 하다 

 





자기 잘못을 충분히 알았고 

엄마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편지를 쓰는 거란다 

정말 작은 일이지만 앞으로 

개선 해 나가겠다고 

자기가 엄마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지 몰랐다고 

그리고 마지막에  

단 한 줄 


사  랑 해 요 


그것도 자그만치 한글로 ...



편지를 읽는 내내 내 눈에선 

눈물이 흘려 내렸다 

히로가 엄마보다 더 낫다 싶다 


히로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엄마가 되어서 꽁하니  같이 입을 다물어 버렸던 

내가 참 한심하기도 하고 ..


3일간 어떻게 엄마에게 말을 건네고 

어떻게 사과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나름고민을 했을 히로를 생각하니 


나이만 먹었지 정작 철이 없는것은 

히로가 아니고 바로 나구나...

많은 생각과 많은 후회와 반성 


 







퇴근후 생각지도 못하고 갑자기 읽게 된 

히로의 편지 


나도 히로에게 답을 해야 할것 같은데 

갑자기 편지지도 없고 

그냥 종이 두 장 가져다가 

히로에게 답장을 썼다

나도 히로처럼 마음을 담아서 ... 



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없으니 

이번 주말 아빠랑 엄마랑 히로 

가족의 특별한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편지 ...

 글이라는게 

수많은 말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말이란건 한번 뱉어 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글은  말과는 달리 우선 

그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말보다는 진심을 많이 담는것 같다 

 

또 그 글을 읽는 사람도 그렇다 

말이란건 듣고 그대로 흘러 버리지만   

글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면서 

이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 

 생각을 하게 되고   

두번 세번 곱씹게 된다 


사춘기 반항기 중 2 아들에게 

엄마가 먼저 글로써 진심을 전달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사춘기 아들에게서 

편지를 받고 보니 

엄마로써 부끄럽기도 하고 

사춘기 아들 녀석이  고맙기도 하고 ..


오늘의 히로 편지는 고이 고이 

나의 보물중 하나로 잘 간직하며 

두고 두고 

꺼내서 읽어 보며 

내 마음의 교과서로 삼아야 할것 같다 


사춘기 아들을 이해 할려고도 하지 

않고 내 주장만 내 세웠던 

엄마를 부끄럽게 하는 히로다 





'히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로와 그 친구들  (0) 2016.03.22
내일을 위한 준비   (0) 2016.03.20
중 3을 눈 앞에 두고  (0) 2016.03.03
성장해가는 히로   (0) 2016.02.27
히로의 학교 요즘 ...  (0) 201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