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라 불리는 남자

가방 이야기

히로무 2015. 11. 17. 00:30


우리집 두 남자 

분명 한명은 아빠이고 한명은 아들인데 

가끔 둘이서 노는걸 보면 

부자관계인지 형제 관계인지 헷갈릴때가 있다 



며칠전에도 둘이서 토닥 토닥 거렸다 

그 원인은 테니스 가방이었는데 


자기야도 히로도 테니스를 넘 좋아하다보니 

테니스 가방도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지고 있다 

테니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햇병아리 히로의 가방은 하나이지만 

자기야는 가방을 몇개나 가지고 있다 


테니스 라켓이 몇 개나 들어가는 

커다란 가방에서부터 

양 어깨에 멜수 있는 배낭같은 가방 등등 ...


일본은 워낙 자건거를 많이 타는 나라인지라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갈때는 

자전거로 다닌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양팔이 자유로울수 있는 

배낭형 테니스 가방이 편하다 


히로가 가끔 아빠의 배낭형 가방을 

빌려서 쓸때가 있다 


지난 주말에 히로가 아빠의 가방을 

빌려 쓰고 정리를 하지 않고 거실에 그냥 두었고 

아빠가 가방을 정리할려고 하는데 

가방안에서 신발주머니에 넣지 않은 

테니스화가 그대로 나온것을 발견 


아빠가 뿔났다 


 히로야 가방에다가 신발을 그냥 넣으면 어떡해

그리고 여기 신발 넣는곳이 따로 있잖아 


배낭형 가방 밑바닥에 신발을 넣는 곳이 따로 있는데 

히로가 더렵혀진 신발을 그대로 가방안에 

넣은것을 아빠에게 딱 걸려 버렸다 


 넌 남의 것 빌려가서 이렇게 

막 쓰면 어떻게 해

이젠  안 빌려 줄꺼니까 

그렇게 알아 


 나도 배낭가방이 필요해

자전거 타고 갈려면 배낭가방 아니면 

불편해서 ..


또 둘이서 토닥 토닥한다싶어 

개입하지 않고 그냥 방관만 했었다 


"별것도 아닌것 가지고 싸우고 있어 

쯧쯧쯧 ..."

요게 내 속마음이었다는 ..








그런데 오늘 떡 하니 택배가 하나 배달 되었다 

뭐가 들었길래 택배 상자가 

크긴 왜 이리 큰지 ..



상자가 워낙 크길래 뭐가 들었나 

궁금증에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 보았다 








이 남자 

배낭형 테니스 가방을 또 샀나보다 ..


아빠보다 먼저 학교에서 돌아온 히로 

이 가방을 보고  멋있다고 눈독을 들인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자기야의 한마디 


 이건 아빠거야.

 아빠가 쓰던 가방  너 가져 ..


난 또 둘이 토닥 토닥 거리길래 

히로에게 새 가방을 사 주나 했더니 

자기것을 샀단 말이지 ...


평소에는 가방이  있는데 왜 또 사냐는 

나의 잔소리에 눈치만 보고 있다가 

히로 핑계로 가방을 샀단 말이지 ....






히로는 아빠가 쓰던 가방 

물려 받은것 만으로도 넘 넘 기뻐하고 있다 



얜 왜 이리 욕심이 없는지 모르겠다 

어릴때 부터 그랬다 


할머니랑 슈퍼에 가서 먹고 싶은 과자 골라라 해도 

먹고 싶은 것 천지면서도 

딱 하나만 집어 드는 아이 


할아버지랑  장남감 가게 가서 

맘에 드는 것 골라라 하면 

딱 하나만 골라드는 아이 ..


 

이 아이 누구 닮았나 몰라 


나 같으면 내가 새거 가진다 떼 쓸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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