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라 불리는 남자

한글 편지

히로무 2015. 12. 1. 00:30




일본 남자랑 한국여자 국제 결혼 커플의 

 결혼 기념일이었다 


자기야랑 히로랑 우리 가족 셋

레스토랑 가서  외식을 했다 

피아니스트가 축하 음악도 연주해 주었고 

음식 맛도 굿이었고 

분위기도 좋고 

좋고 ..좋고.. 좋고 ...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그 허전함이 무엇인가하면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집을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허전함을 자기야에게 말하고 말았다 


 이번엔 편지도 안 주네 ...


 ....


자기야는 말이 없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일본인 남편 울 자기야 

매년 결혼기념일이나 내 생일때 

서툰 한글이지만  한글로 마눌에게 

정성껏 편지를 써 주는 꽤 괜찮은 남편이다 

그런데 그 편지가 올해는 없었다는 ...

근데 그게 꽤 섭섭하다는 ...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테이블위에 살포시 놓여진 

편지 한통과 작은 선물 꾸러미 하나 


이 남자가 나를 놀린거다 

편지를 미리 써 두고선 

왜 편지 없냐고 불평하는 마눌에게 

아무말 없이 가만히 두고 보더니만 ...









18년전 이화여대 어학당에서 

단 6개월간 배운 자기야의 한글 실력이다 

그리고 바로 일본으로 들어와 

일본에 살면서 나와 가끔 한국말로 

이야기는 하지만 

한글을  읽고 쓸일은 전혀 없는 자기야이다 

일본사람이 일본에서 한글 쓸일이

있으리가 없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글을 잊지 않고 있는게 넘 고맙고 

이쁘고 기특하고 ..



그 어떤 깔끔한 문장의 편지보다 

다소 서툴지만 

울 자기야의 삐뚤 삐뚤 손편지가 

주는 감동은 말로 표현할수가 없다 



자기야가 지금까지 나에게 

써 준 한굴 편지는 나의 소중한 보물이다 






마지막 한줄 

사랑해 영원히 ...


결혼한지 18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자기야..





그리고 작은 선물 꾸러미 




손수건 두장이랑 

잠잘때 베개랑 이불에다 살짝 뿌려 

은은한 향에 

숙면을 취하라는 자기야의 

깊은 뜻이 담긴 너무나 소박한 선물 



요즘시대에 그것도 결혼기념일에 

손수건이라  ...

남들은 그게 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이 손수건이  루00똥  가방보다 

반짝이는 다이아 보다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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