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의 밥상

불량주부를 위해 내 남자들이 만든 주말 밥상

히로무 2015. 2. 16. 00:00


토요일 일요일 .. 남들에겐 황금주말이지만

이번 주말 나에겐 황금주말이란 없었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근무 ..

그것도 연수라는 이름하에 새벽출근..

게다가 연수 2주만에 오븐까지 ...


이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집에 돌아오니 녹초다 


밥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다


 나 잘껴..

조용히 해 깨우지 마! 


긴말이 필요없다 

곧장 이층 침실로 올라가 늘어지고 자고 일어나니 

밖이 벌써 어둑 어둑하다 

주말 오후 낮잠이라고 하기엔 너무 길게 

그리고 너무 깊은 달콤한 낮잠이었다 


거실로 내려오니 우리집 두 남정네가 

저녁준비가 한창이다 

난 연수기간중 불량주부를 스스로 자처 한터라 

모른척 샤워를 하러 욕실로 ..

밥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다 






휙 휙 나무 주걱을 휘두르는 건 우리집 작은 남정네 히로이다 

우리집 큰 남자인 자기야는 부억에서 재료를 씻고 썰고 

우리집 작은 남자 히로는 식탁에서 지지고 볶고 







그렇게 완성한 야끼소바 

보통은 돼지고기가 들어 가겠지만 

냉장고 뒤져 발견한 허브 쏘세지를

돼지고기 대신으로 넣어서 만든 소박한 우리집

두 남정네표 야끼소바이다 







히로가 야끼소바를 볶는 사이에 

자기야는 일본식 된장국 미소시루를..






야끼소바만으론 부족하지 하면서 자기야가

추가로 구운 허브가 든 쏘세지와 

치킨 너겟

식탁에서 바로 구우니 너겟은 바싹 바싹 

그리고 쏘세시는 따끈 따끈..





그리고 자기야가 주방에서 들고 온 마지막 접시는 

닭다리와 구운 대파 

닭다리의 조금 느끼한 맛을 

구운 대파의 향긋한 냄새와 식감이 날려 버렸다 


우리집 자기야는 파를 정말 사랑한다 

덕분에 우리집 냉장고에서 차가 덜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파의 향기가 좋다나 어쩐다나...


주말 낮잠 늘어지게 자는 불량 주부를 위한 

두 명의 내 남자가 만들어 낸 주말 저녁 밥상이다 


아마도 우리 시어머니가 보시면 기절할 밥상이다 

며느리는 낮잠 자고 당신 아들이 만들어서 기절할 밥상이 아니라 

영양 발란스에 목숨 거시는 우리 시어머니 보심 

왜 야채가 없냐고  맨날 이러고 먹냐고

난리 나실것 같다.. ㅋㅋㅋ


울 시어머니시라면 위의 저 메뉴라면 

커다란 접시의 사라다 한접시에 

브로커리나 시금치 같은 녹색 채소 한 접시는 있어야 

음.... 먹을만 하군 하실것이다 


내 남자들이 만든 주말 밥상 이야기에 

갑자기 뜬금없이 시어머니 이야기가 등장하는 이유는 ..

사실 나도 저기에 사라다 한 접시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쉬우면 주방으로 달려가 양상치라도

 한 접시 내 오면 될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주는 대로 먹었다 


내 남자 둘이서 불량주부인 미짱을 위해 자기들이 차렸다는

만족감에 빠져 기분 좋은 두 남자 


내가 주방에 들어서면 

역시나 ...  하며 실망할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연수기간중은  불량 주부 하기로 한거 

그냥 주는대로 먹기로...


불량주부가 내린 결론은 

남이 만들어 주는 건 뭐든지 맛있다이다


맛?  영양 발란스?  사라다? 

그게 다 뭔데??


내 손 안간거면  뭐든 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