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의 밥상

심신이 피곤한 아내와 엄마를 위한 밥상

히로무 2015. 1. 12. 00:00


새해 첫날에 시부모님이 오셔서 

열흘을 계셨다

음식 까다로운 시어머님에게 

며느리 노릇 제대로 할려다  나름 얼마나 용을 썻는지 

나는 지칠대로 지쳐 버렸다 


시부모님 가시고 심신이 지친 나는 

하루 종일 뒹굴 뒹굴....

만사가 귀찮다 

저녁밥 안먹고 말지 만들기도 싫다 


 나 저녁밥 먹기 싫은데...


아마도 이 한마디에 모든걸 짐작 했겠지 


자기야와 히로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고 

나보곤 쉬고 있으라고 한다


둘이서 냉장고 뒤지고 씻고 까고 자르고 

뭘 얼마나 잘 만들려고 하는지 난리가 아니다 






눈이 따갑다고 절대 양파는 못 깐다는 히로

히로는 감자를 까고 자기야는 양파를 까고 

어째 자기야 보다 히로가 부엌 살림이 

어디에  뭐가 있느지 

더 잘 알고 있는것 같다 






당근을 너무 크게 자르네 작게 자르네 

티격 태격하다가

또 금방 의견일치 사이좋게 ..

부엌이 떠들석하다 

아마도 둘은 입으로 음식을 만드나 보다 


무엇을 만들던 맛이야 어떻던 

저녁상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자체만으로도 

오늘은 너무 너무 행복하다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카레가 

우리집 두 남정네가 만들어 낸 저녁 밥상이다 

시부모님 계시는 동안 우리집 식탁은 넘쳐났다 

알록 달록 색색이 야채에 다가 

가짓수는 얼마나 많으지 

식탁 가득 가득  풍요로웠던 열흘간의 식탁 

오늘 저녁은 달랑 카레와 김치 

미소시루도 하나 없는 단촐한 식탁이지만 



 자기야 수고했어


라는 한마디가 그 어떤 맛있는 반찬보다 

더 맛나다 



오늘은 무조건 아무것도 하기 싫다 

밥 숟가락 놓고 난  그대로 뒹굴 뒹굴 


설거지까지 깨끗히 자기야가 마무리..

식탁은 히로가 닦고 

뭐 열흘간 고생한 마누라에게 

이 정도는 당연히 해 줘야지 


자기야 히로야 고마워 ! 

이 한마디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또 하나 나를 기쁘게  한 것 

카레 많이 남았으니 내일도 카레로 해결 된다는 것 ! 

횡재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