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댁과 한국친정

간만에 며느리 노릇하기

히로무 2015. 1. 3. 00:00


복이 많은건지 어쩐건지 

어쩌다 일본으로 시집와 시집살이라는 걸 모르고 사는 

맘 편한 여자가 간만에 시집 살이를 하고 있다...


시댁은 나고야 

하지만 시부모님의 고향은 두 분 다 큐슈

나고야 두 분이 결혼후 정착해서 산 곳이라

나고야엔 일가친척이 단  한명도 없다  


나고야 시댁을 가도 인사 다닐 친척도 없다

당연 재미도 없고  

2년전에만에도 국내선 비행기 타고 큐슈까지 갔었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 가신 지금은 

큐슈까지 가지 않는다


덕분에 지금은 시부모님께서 설을 지내시러

우리집이 있는  동경으로 오신다

이번엔 아버님이 4일에 약속이 있으시다고 

못 오신다고  아니  안 오신다고 자기야에게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드렸다 


 아버님 그래도 새해인데....

 약속 취소 하실수 있으시면 취소하시고 오세요 

저도 히로도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도 며느리가 전화 드렸더니 

그럼 그럴까 하시며 못이기는 척  두분이 함께 오셨다 

내가 전화 안드렸으면 섭섭해 하실뻔 했다.


시부모님이 우리집에 오신지 3일째 


평소 하지 않는 시집살이 제대로 하고 있다 

우리 시어머님 시립 병원에서 관리 영양사로 계셨다 

물론 먹는거에 엄청 까다로우시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 달가워 하지 않으신다 

자기야는 어린시절 외식 한 기억이 거의 없다고 말 할 정도이다 

뭐든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드신다 


식탁에 채소가 없으면 안되고

채소가 있어도 빨간색, 녹색, ...

색색이 없으면 안 되고 

좀 비싸더라도 국산이 아니면 안되고 

밥은 현미여야 하고 


그런 시어머님이 불량 주부인 맏며느리가 

차리는 밥상이 마음에 드실리 없으시다 

그것도 몇년이 지나고 나니 지금은 포기 하셨는지 

그냥 차려 드리는 대로 드시지만....

하지만 채소만큼은 지금도 양보 하지 않으신다 

겨울 아무리 채소가 비싸도 채소만큼은

 반드시 상 위에 올려 드리는걸로 

그것도 색깔 맞춰서  올려 드리는 걸로 

며느리 노릇 하는척 하고 있다 



우리가 시댁으로 갈때는  시어머님 마음대로 밥상을 차리시지만 

우리집으로 오실땐 내 맘대로 차린다





첫날은  그냥 스시를 시켰다 

스시 시켰으니까 편했겠다고???


 일본 미소시루 (된장국)은 내가 직접 끓였다 

아무것도 아닌 이 미소시루도 

시어머님이 오실땐 

다시마와 멸치로 직접 육수를 내야 한다 

조미료 일절금지 

그리고 미소시루에 들어가는 재료도 

감자에 당근에 버섯에 미역에 시금치에 두부 그리고 파 

자그만치 일곱가지 재료를 넣고 만든다 

왜냐하면  영양사들은 하루 30가지 이상의 재료를 

먹어야 한다고들 흔히 말하니까.... 

그리고 간은 무조건 싱겁게...





시부모님 밥상 차려 놓고 사진 찍기가 뭐해서 

가볍게 두어장 찍었는데 

구석에 시금치 나물이 있고 

고등어 구이가 있고 ...






메뉴가 파에리아인데 웬 시금치 나물에 고등어 구이???

왜냐하면 생선을 드셔야  한다고 하셔서 

그리고 아보카도랑 토마토 올린 사라다가 있지만 

녹색 채소가 있어야 한다하시니까 

시금치 나물을 ....

게다가 아몬드와 함께 볶은 멸치볶음 

식탁에 다 올릴수 없을 만큼가지수가 엄청 많다


밥상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


자기야가 한마디 한다 


 뭔가 안 어울린다


이럴땐  자기야가 한국말을 할 수 있어 정말 좋다 

작은 소리로 시부모님 못 알아 듣게 한국말로 


 어머님이 원 하시는거니   아무 말 마! 


아무리 관리 영양사라 하셔도 연세가 있으시니 

요리에 대한 영양 발란스에 대한

당신만의 신념과 고집이 있으시다 


70 넘으신분의 신념을 내가 꺽을필요가 뭐가 있나 

그냥 네!  어머니 하며 맞춰 드린다 

함께 사는것도 아니고 가끔  오시는데 

당연 내가 맞춰 드려야지  ...

아마도 함께 모시고 산다면  한 고집 하는 나는 

아마도 어머님 이길려고 들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야채를 듬뿍 먹을수 있는 나베..

나베에 버섯이랑  파랑 배추랑

당근에 쑥갓에....

엄청 들어가지만 

그래도 또 따로 생야채 즉 사라다가 필요하다 









불량며느리 간만에 며느리 노릇  하느라 

새해 첫 날부터 고군분투 하고 있다 


덕분에  내 블로그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새해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심지어는 댓글에 답글도 달아 드리지 못하고 

물론 다른 블로그님들 방문도 못하고 있다 


시부모님 언제까지 계실지도 미지수...

미짱 며느리 노릇  잘 하도록 응원 해 주세요 

그리고 며느리 노릇 무사히 마칠때까지 

답글이 없어도  이해해 주시길....

방문을 못 해도 너그럽게 용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