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정은 대가족이었다
아버지가 장남이셔서 할머니 모시고
그리고 막내 고모랑 삼촌이 결혼하시기전 까진
한집에서 살았다
가족간 사이가 좋았던 우리 친정집
그래서 인지 난 어린시절엔 시동생 많은 집 장남에게 시집 가고 싶었다
귀여운 시동생들이 형수님 형수님 하면 얼마나 귀여울까?
시동생 용돈도 주고 가끔 맛난 것도 먹으러 가고
근데 그게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지 나이 들면서 곧 알게 되었지만..
자기야에겐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나의 꿈이자 로망이었던 시동생이 나에게도 생겼다
하지만 하나뿐인 우리 시동생 숙맥에다 낯가림도 심해서
맹숭맹숭하다
형수님 형수님 하는 귀여운 시동생은 없었고
예의 차리고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귀엽지 않는 시동생이 있었다
하긴 우리집은 시부모님께서 자주 우리집으로 오시고
우리는 고작 일년에 한두번 시댁을 방문하다 보니
자주 만날일도 없으니 더 이상 가까워 질래야
가까워 질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저녁 그런 시동생이 우리집에 왔다
동경에 출장온 김에 들린것이다
지금까지도 몇번인가 출장을 왔지만
회사 동료들이랑 함께라서 오기가 그랬는데
이번엔 혼자 와서 집에 들린다고..
저녁에 뭘 차릴까? 어디 좋은곳 가서 맛있는것 먹을까
내가 고민을 하고 있으니
자기야가 슌(시동생 이름이다 )은 맨션 에 사니
바베큐 안 할테니 마당에서 고기나 굽자고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형제들의 첫 바베큐를 했다
숙소가 어디냐 물으니
세상에나 우리집에서 고작 3키로 떨어진 호텔이다
그냥 형네 집에 와서 묵으면 될것을...
형네 집에 오는것도 미안해 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일본 시동생이다
형제 관계가 나쁘냐면 그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엔 일본의 보통 형제들보단 조금 더
사이가 좋다고 보면 될것 같다
뭐 성격이요 국민성이겠지만 형수님 형수님 하는 성격은 못되니...
자기야의 학창시절
시동생이 키도 더 커지고 모든 스포츠를 해도 자기야보다
월등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느날 부터 형인 자기야를 무시하며 까불기 시작했다고한다
한참을 참다가 자기야가 부모님 외출한 틈을 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실컷 패 주었다고 한다
덩치도 힘도 큰 시동생이지만 마음 먹고 덤비는 형한테
꼼짝 못하고 얻어 맞았다고..
그 이후론 형 말 잘듣는 착한 동생이 되었다나 ..
그리고 한창 사춘기 반항을 하던 시동생
시어머니에게도 험한말 하며 대 들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시아버지는 바깥일 바쁘시다 모른척 하시고
덩치 작은 시어머님 작은 아들이 태클 거는데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걸 본 자기야가 시동생에게 엄마에게 그런다고 뭐라 하자
그 이후론 얌전해 졌다고 한다
(시 어머님은 지금도 가끔 그때 일을 말씀 하시며
그때 자기야가 있어 주어서 너무 다행이었다고..)
오래전 시댁에 갔을때 일이다
(시동생이 20대 중반일때 )
여자 신발이 현관에 있어서 시어머님에게 물으니
시동생의 여자 친구가 와 있다고 한다
일본 집은 현관에서 바로 2층으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어서
거실을 통하지 않고 2층 방으로 올라 갈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당신 집에 아들의 여자 친구가 와 있어도 아직 인사도 못했다고 한다
그냥 와서 아들 방에서 놀다가 가 버린다고..
자기야 그 소릴 듣고 그날 저녁 시동생을 불렀다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
밖에서야 뭘 하고 놀던 집에 데리고 오면
엄마에게 인사를 시키고 니 방에 데려 가야 하지 않겠냐고
시 동생 그 다음날로 여자 친구를 시어머님께 인사를 시켰다
알고 보면 참 순하고 착한 시동생인데
뭘 몰라서 그런 행동을 하는것 같았다
그래도 형 말은 잘 들어서 형이 뭐라 하면
고분 고분 잘 듣는 시동생이다
이제 시동생도 삼십대 후반이다
안 갈것 갔던 장가도 갔고
지금은 동서랑 사이 좋게 알콩 달콩 살고 있다
워낙 근본이 순한 사람이라
동서에게 잘하니 부부관계도 좋은것 같고...
동생이 아이를 안 가지겠다고 해서
히로에게 사촌을 만들어 주고 싶은 나는 좀 섭섭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고.
나는 지금도 꿈꾼다
남에게 피해를 안 끼쳐야 된다는 일본의 그 룰을 깨 뜨리고
좀 더 다가오고 좀 더 다가가는 관계를...
어찌보면 적당히 선을 지키고
할 도리만 하는 이 관계가 진짜 맘 편하고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이란 나라에 살면서
너무 심플하고 깨끗한 이 가족 관계가 가끔은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찌지기도 하고 볶기도 하면 좋을련만 ...
시댁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부르면
배부른 소리다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대가족의 로망을 꿈꾸는 나로썬
그리고 친정의 언니 오빠 올케언니
그리고 형부 사는 모습이 재미나게만 보이는 것은
내가 멀리 떨어져서 가끔만 보기 때문일까?
저녁 7시에 와서 12시 까지
5시간을 고기를 구우면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도 출장 오면 꼭 들리라고
그래야 얼굴 한 번 더 보지 않겠냐고 몇번이나
다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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