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먹기

어느새 17년..

히로무 2014. 11. 30. 00:00


미짱네는 11월이 바쁘다 

며칠전 나의 생일

생일 지난후 4일후 자기와 나의 결혼 기념일 


 자기야와 나의 결혼 17주년이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면 될 것을 

춥디 추운 11월말에 웬 결혼인지...


우리는 17년전  추운 겨울날 한국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1년후 자기야를 따라 일본으로 ...


일본에서 16년을 살았다 

내 마음은 아직도 16년전 

풋풋하던 20대 그대로인데 

현실은 40대 중년 여자가 되어 있다 


자기야도 결혼 몇 주년인가 세어 보더니 

깜짝 놀란다 

우리가 그렇게 오래 살았냐고...



자기야와 둘이서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싶지만 

오늘도 변함없이 혹 하나가 덤으로 따라 온다 

 (ㅋㅋ 여기서 혹은 좀 미안하지만  히로다 )


언제나 그렇듯 기념일은 내가 주방에서 해방 되는날이다 








까리포나라 를 시켰다 

 이동식 테이블을 가지고 와서 

우리가 지켜 보는 앞에서 치즈 농도를 어느 정도로 할까 

물어 보며 우리가 원하는대로 

커다란 치즈 덩어리의 그릇에 면을 넣고 

치즈를 긁어가며 비비기 시작한다  

우리의 주문은 치즈 듬뿍 ..

한참을 통나무 같은 치즈 덩어리 속에서 

면이 춤을 춘다 


 




치즈가 충분히 버무려지자 

이번엔 까리포나라 소스가 든 따듯한 철판 냄비 속으로 

면을 투하하고  소스에다가   또 비벼 대고 

마지막으로 날계란 노른자를 하나 똑 떨어드려 

또 한번 휙휙 

그렇게 우리가 보는 앞에서 까리포나라가 

요리 되어 진다 









그리곤 철판 냄비가 옆에 있는  우리 테이블로 이동 

후추 어느정도 넣을지 물어보고 

그자리에서 통후추를 갈아서 휙 뿌려 준다 





진짜 찐한 치즈가 쏙쏙 베어 든 

맛있는 까리포나라가 눈 앞에 짠 하니 완성 


다른 레스토랑에서 주방에서 다 만들어져서 

서빙되어 나오는 까리포나라와는 맛이 다르다 

이 까리포나라 한번 맛 보면 다른 곳은 까리포나라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충분히 먹었음에도  맛있는 케잌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나약한 의지력 


자기야는 밤마다  조깅을 하며 

일주일간 1.5키로 다이어트에 성공을 했는데 

오늘 이 케잌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할수 없지 또 일주일을 밤마다 

뜀박질 하 수 밖에 ..






자기야를 무너뜨린 일등 공신은

자기야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쉬폰케잌..

그것도 크림 듬쁙 쉬폰케잌이다 












운전을 해야 하니  조금은 아쉬웠지만 와인은 생략을 했다


17년전에 이런 모습은 상상 하지 못했었다 

그 당시엔 17년후에 우리가 일본에 있으리라고

우리 사이에 히로라는 남자 아이가 있으리라곤 


아직은 큰 싸움 없이 

가끔씩 티격 태격 하면서  그렇게 평범함 속에서 

작은 것에 행복 해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17년전 한국과 일본 양가의 쬐끔은 심한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사이좋게 잘 살아 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하신다 

우리가 잘 사는게 왜 부모님들이 고마운건지 

그게 부모 마음이란 걸까?


언젠가 내가 시어머님께 

" 어머님 그때 저희 반대 하셨죠? "  


시어머님 말씀이 

"너희들이 이렇게 잘 살줄 그때는 몰랐지 

갑자기 한국 여자랑 결혼 한다니까....."

그렇게 얼버무리시며 씨익 웃어 주셨다 


어느새 17년이 지났다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을 자기야와 함께 하겠지...

많은 욕심 부리지 않고 

우리 가족 건강하게 그리고 작은 것에 감사 할 줄 아는 

가족으로  그렇게 ...

언제나 함께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