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기

첫 경험 그리고 그 댓가..

히로무 2014. 11. 9. 00:00




향긋한 향기가 너무 좋은 모과가 

공짜로 내 손에 들어 왔다 

동네 할아버지로 부터 큼직한 걸로 

다섯개나 받았다






작년에도 모과를 받았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몇개는 차 안에 몇개는 바구니에 담아 현관에 

그렇게 방향제로 놔 두었다

처음엔 향긋한 향기가 좋았는데 

그대로 두었더니 썩어서 

방향제가 아닌 지독한 냄새를 풍겼던 기억이 있다 


이 모과를 어찌 할까 고민하다 

인터넷으로 모과를 검색 해 보니 

상위에 랭크된 내용은 죄다 모과청 만든다는..


만드는 법 보니 무지무지 간단하다 

그냥 씻어서 채썰어 같은 양의 설탕에 재워 두면 되는 

이정도는 나라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모과청 만들기에 돌입 했다 


할아버지가 완전 무공해로 키우신 모과인지라 

가볍게 껍질채 씻어준 후 

자른다 ... 자른다....

근데 왜 이리 단단 한건지 

한번 들어간 칼이 움직이질 않는다 

빼지도 더 넣지도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 

결국 온 몸의 체중을 이용 해 반으로 잘랐다 

 







씨가 가득 들어 있다 

이 씨를 둘러싼 중간 부분이 진짜 딱딱하다 

반으로 가르는데 체력의 반은 소모 한 듯  하다 


이거 내가 괜한 짓을 하는게 아닌지 급 후회가 되기 시작하고 

역시 사람은 안하던 짓을 하면 안 되는 건지

뭐 씻고 자르고 설탕과 섞어 주면 끝 ! 

간단하네... 하며 우습게 안 내 무지를 탓할 수 밖에 ...


시작한 일 중도 포기 할 수도 없고 

돌덩이 처럼 단단한 모과랑 씨름 아닌 씨름을 했다 

결국 내가 이겨서 이 놈을  싹 다 채 썰어 버렸다 






근데 처음 알았다 

모과도 갈변 한다는 사실을 ...

모과 자르는 사이 표면이 갈색으로 변했다  

감자 처럼..

딱딱해서 쓱싹 자르지 못하고 시간이 걸려서 인지 

처음 자르면 노르스름하니 이쁜 색이던게 

점점 갈변을 해서 색이 안 이쁘다 






자르기만 하면야 설탕을 저울에 다가 재고 

버무려 주면 끝이다 

모과가 1.2 키로 나왔다 

설탕도 1. 2키로 중 800그램만 넣고 

쓱쓱 버무려 준 후 

뜨거운 물로 소독한 유리병에  넣어주고 

남은 설탕은 뚜껑처럼 모과 위에 가득 넣어주면 끝 

 







이렇게 모과청 만들기 

첫 경험은 끝났다 

이대로 2주 정도 숙성 시켜 주면 된다는데 






나의 모과청 만들기 첫 경험의  결과는  아픔 밖에 남지 않았다 

손가락에 잡힌 저 물집 

돌 처럼 딱딱한 모과 다섯개를 썬 댓가이다 

그리고 사진으로 증명 할 수 없지만 

잔뜩  힘을 주고 용을 쓴 결과 

어깨도 결리고 팔도 아프다...


나의 모과청 만들기 첫경험의  결과는 아픔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에 동네 할아버지가 모과를 또 주시면 

어쩐다..... 


기관지가 약한 내가 완성된 모과청을 먹어 본후 

아픔의 댓가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나는 내년에도 손에 물집 잡혀 가며

어깨 결려 가면서도 아마도 모과를 채 썰고 있겠지

결과는  이번 겨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