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떠 있는 반달은 밝기만 하고
여기저기서 이름 모를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가을밤
군고구마 먹고 싶다는 히로의 한마디에
자기야가 마당에다가 숯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고구마 세개를 얼른 호일에다가 둘둘 말아서
피어 오르는 숯불에다가 던져 놓고
고구마 익기를 기다리며
세가족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11월 들어서고 또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인지
밤 공기가 많이 차다
두툼한 옷을 껴 입고
불 앞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쉴새없이 종알대는 히로의 이야기
끝이 나지 않는다
수다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자신하는 엄마를
이겨 먹는 히로의 수다
사내녀석이 말이 너무 많은것 같다
또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그러는 사이 구수한 냄새가...
그래 바로 이 냄새
가을밤의 정취를 한 층 돋구어 주는
고구마 익어가는 냄새다
역시 고구마는 숯불에 구워야 제 맛인것 같다
너무 너무 잘 익은 군고구마..
그것도 숯불에다가...
난 지금 사는 우리 동네가 참 좋다
명색이 동경인지라
수도 동경의 복지는 다 누리고
그러면서도 변두리인지라 시골같은
인정이 넘치는 이웃들
그리고 자연을 맘껏 즐길수 있어서..
동경 살면서 마당에다가 숯불을 피워
군고구마를 구울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군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리며
가족이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따스한 홍차 한잔을 음미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뜨거운 고구마를 손이 데일까
호호 불어주며 서로 까 주는 사람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행복이 별건가.
전망 좋은 멋진 레스토랑의 멋진 풀코스가 아니어도
맛나게 한 입 베어 물수 있는 고구마 한 조각에
행복을 느낀다
위를 볼려고 하면 나보다 잘나고
잘 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행복이 별거 있나
내 마음 먹기 나름인걸...
그래서 난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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