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댁과 한국친정

친정아버지의 말이 안 통해도 모두가 친구 !

히로무 2014. 8. 2. 22:45


일본에 오신후 친정아버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동네 한바퀴를 혼자서 돌고 오신다 

오늘도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시는 아버지 

난 부엌에서 열심히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참후 아버지가 들어오시면서

 나에게 비닐 봉지를 하나 내미신다 

이게 뭐냐고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여주라고 하신다 

웬 여주냐고 어디서 났냐고 ..



아버지가  동네 돌다가 텃밭이 있어 가까이 가 보니 

어떤 아저씨가 토마토를 지지대에 묶고 있는데 

가지를 하나도 정리 않고 있길래  

옆 가지는 치고 중심 가지만 위로 올리라고 하니 

잠깐 기다리라 하고는 비닐 봉지에 여주를 따서 주었다고 한다 


????


"아빠 일본말도 모르는데  무슨 그런 일이...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


아버지 왈 " 나는 한국말 하고 지는 일본말 하고 그랬지 뭐"


아니 근데 토마토 가지 치기 하고 어떻게 말을 했다는 건지 ...


손짓 발짓으로 여기 가지 자르고 여기는 올리고...

입으론 한국말로 그리고 손짓으로 


그 아저씨 머리를 끄떡 끄떡

그리곤  여주를 따 오셔서  손짓으로  가져가리며 내밀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손을 휘휘 내 저으며 

한국말로 괜찮다 하니 

그 일본 아저씨 머리는 끄떡 끄떡 일본말로 

뭐라 뭐라 하면서 주길래 가져 왔다고 하신다 






사실 그 텃밭 아저씨는 난 잘 모르는 아저씨이다 

아직 까지 인사를 나눈적 없는 일본 아저씨인데....

일본말을 모르는 아버지는 히로에게 그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으니 같이 가서 통역을 해달라시며 

  텃밭 아저씨에게 줄  답례로 한국 김을 하나 들고  

히로랑 나가셨다 






한참후 돌아오신 아버지와 히로의 손엔 

이번엔 토마토가 들려 있다 

이건 또 뭐래???


히로에게 사정을 들으니 

텃밭에 가서 아저씨께

여주 주셔서  고맙다 인사를 하고 

한국에서 온  우리 할아버지인데

 한국 김을 드리고 싶다고 

한국 김을 드리니

"아이고 이런거 안 가져 오셔도 되는데..."

하시며 이번엔 토마토를  따  주셨다고 한다 

토마토가 맛있는 시기가 지나서 별로 좋진 않다며 미안해 하시면서






대단한 친정 아버지

일본 말도 모르시면서 낯선 아저씨에게 다가가 

자기 할 말 한국말로 다 하시고 

오셨다니....


그렇다 

언어라는게 참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지만 

마음만 있으면 진짜 다 통하는것 같다 

아버진 그렇게 첫 일본 친구를 만들었다 

일본말 한마디 못하시면서 ...

아마도 내일 아침에도 산책을 나가실 것이고 

일본 친구의 텃밭에 나가 한국말로 뭐라 뭐라 하고 

고개를 끄떡이고 손을 흩들며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일본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오시겠지 

대단하신 우리 아버지 


친정 아버지의 마지막 말 

" 뭐 말이 필요해 . 다 통하는데..."

그리곤 주름진 얼굴에 더욱 깊은 주름을 만들며 밝게 웃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