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쯤이었나 보다
울 집 자기야가 갑자기 더치 오븐에 대해서 말한게 ..
더치 오븐을 사고 싶단다
나에게 있어서 더치오븐이란 캠핑가서 쓰는 이미지가 강하다
우리집 캠핑력은 히로가 2살때부터 시작되었으니
만으로 14년간 캠핑을 하면서
더치오븐 없이도 잘만 해 왔는데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더치 오븐 이라니 ...
더치오븐 그 무거운거 들고 왔다 갔다 귀찮아
왜 갑자기 더치오븐이야
더치오븐으로 요리하면 진짜 맛있대
그리고 더치오븐은 캠핑에 가서가 아니라
집에서도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대
사자 응?
에이 난 싫어
그 무거운 무쇠를 ...
좁은 부엌에 둘데도 없고
게다가 귀찮아
얼마나 해 먹겠다고 그래
자기는 안 해도 되
더치오븐 요리는 내가 할께
아니 자기가 언제 그리고
얼마나 요리를 하겠다고 그 비싼 더치 오븐을
그 무거운 더치 오븐을 사겠다는 거야
난 결사 반댈세
그런데 이 남자 한달전에 일을 저질러 버렸다
더치오븐이란걸 사 버렸다
난 더치오븐에 대해 전혀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다
울 자기야 감히 마누라 허락도 없이 ...
더치오븐을 덜컥 사 고선
주말 오후 내내 부엌을 차지 하고 있다
자그만치 4시간을 부엌에서
도대체 뭐 하는데?
더치 오븐은 처음 사용 하기전에 미리
기름칠도 하고 손을 봐야 한다는데
그 손 본다는게 장난이 아니다
불 위에 올려 놓고 가열 가열 가열 !
무쇠 솥이 연기를 피우며 빨갛게가 아니라
파랗게 달아 오를때까지 가열
파랗게 달아 오르면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히기
이 작업을 자그만치 4번을 반복 하더라는 ...
한번 불을 붙여 가열하며 연기가 나고 파랗게
달아 오르기까지 30분은 걸리는것 같다
그 귀찮은 작업을 4번 반복하며
근 4시간을 부엌에서 ....
그런 귀찮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4번 반복하고는
마지막엔 기름칠 해서
잘 식힌후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보관
신문지는 왜 싸는데 ?
신문지가 수분으로 부터 더치오븐을 보호 하는거야
무쇠라서 녹이 쓸기 쉽거든
습기가 많으면 녹이 쓰니까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는 거야
게다가 부엌엔 습기가 있어서 안된다며
신문지에 돌돌 싼 더치오븐을
무슨 보물 단지 다루듯 거실 한 구석보관
뭐야 ? 거실에 다가 보기 싫게 ....
우리 자기야 더치오븐에 필이 딱 한 꽂혀 버렸다
마누라가 궁시렁 궁시렁 하던 말던
상관없이 자기 길을 가는 울 자기야
그게 한달전쯤 일이다
도대체 저 더치오븐 언제 쓸려고
신주단지 모시듯 모시고만 있냐고 ...
그런데 드디어 오늘
자기야 오늘 저녁 내가 할께
장 봐 와서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가면서
뭔가를 만든다는데 ..
남편이 저녁밥도 해 주고 얼마나 좋으냐고 ?
그렇지 뭐 ...
먹을땐 좋지
그런데 자기야가 부엌을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울 집 부엌은 폭탄 맞은 부엌이 된다는 것을
누가 알아 줄까
자기야 요리 만드는 기본은 정리하면서 하는거야?
응 알았어 ..
알기는 무신 조미료 뚜껑이랑 뚜껑은 다열어 놓고
싱크대엔 소복히 쌓여만 가는 각종 도구들 ...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면서
더치오븐 첫 데뷔식
울 자기야가 더치오븐으로 만든 첫번째 요리다
닭 날개 넣고 지은 밥이다
베트남 식재료인 난뿌라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의 까나리 액젓처럼 생선으로 만든건데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
냄새가 고약한 난뿌라 넣고
간장에 참기름을 넣고 만든 쏘스
닭날개를 이 쏘스에 찍어 먹으란다
닭 육수가 잘 베인 밥
다치 오븐에 지은 밥이라 찰밥처럼 찰진게
입에 착착 달라 붙는다
특히나 누룽지가 끝내준다
더치오븐 덕분에 맛나게 잘 먹었다마는
뒷정리가 또 기다린다
물론 나의 반대에 몰래 구입한 더치오븐인지라
뒷정리도 자기야가
물을 넣고 불 위에 올려 보글 보글 끓이며
오븐을 씻은후 물을 버리고
빈 무쇠 더치 오븐을 다시 불 위에 올려서 충분히 달궈
물기를 전부 없애준후
기름칠을 무쇠 솥 구석 구석 빈틈 없이 발라주고
충분히 무쇠를 식힌후
신문지로 돌돌돌 말아서 보관하기 ...
내가 하는건 아니지만 자기야가 하는것
지켜 보는것 만으로도 귀찮다
뜬금없이 더치오븐에 필이 딱하니 꽂힌 울 자기야
저 귀찮은 과정을 거치며
도대체 언제까지 그 필이 꽂혀 있을지 모르겠다
자기야가 선언한다
다음번엔 파에야 만들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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