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자기야랑 둘 만의 멋진 데이트를
계획했다가 자기야에게 바람 맞은 날이다
연말이라 바빠서 못 쉰다는데 어쩌겠냐마는
졸지어 바람 맞은 여자가 되어 버렸다
바람맞은 금요일 .. 뭘 하냐...
혼자로 훌쩍 나갈까 했지만
추워서리 ....
그래서 그냥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혼자서 .. 아니 울 집 여수인 모꼬짱이랑 둘이서
요즘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넘 바빴으니까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뒹귈 뒹굴 하자고
맘 먹은 것도 잠시
고다츠 이불 빨래를 하는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고다츠는 테이블 밑에 난방용 전기를 넣은 테이블로
일본의 대표적인 난방 기구이다
난방 들어오는 테이블 위에 이불을 뒤집어 씌우는데
얼마전부터 고다츠를 쓰고 있는데
하루 종일 깔고 깔고 있는 이불이 찜찜하다
추운 겨울이지만 햇볕이 좋길래
고다츠 테이블 위에 씌워둔 이불을 빨아 널었다
이뿔 빨아 널고 나니
얼마전부터 말리기 시작 한 모과가 눈에 딱 들어 온다
대롱 대롱 망에 든채 달려 있는 모과
시간 들여서 천천히 말렸더니 곰팡이도 안 피고
꼬들 꼬들 아주 잘 말랐다
더 이상 말릴 필요가 없을것 같아서
소분해서 정리해 줬다
봉지 봉지 나눠 넣다보니
다섯봉지나 ..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양이 좀 많다
여기저기 한봉지씩 나눠 줄까 보다
처음으로 말려본 모과
그 말린 모과로 첫 모과차를 끓여 보았다
은은한 모과의 향이 넘 좋다
그리고 맛은 씁스름 떨떠름 하다
몸에는 좋다지만 절대로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맛
모과향은 넘 좋지만
맛있다고 하기엔 그러고 그런 맛
그래서 꿀 한숟가락을 넣어주니
음 ...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모과차 한잔 마시고 이제 뒹굴 뒹굴 할까 하다가
얼마전 마당에서 따다 둔 완전 무공해
울 집 마당표 유자가 눈 앞에 어른거린다
안 본척 무시해야 되는데
또 눈에 들어오면 무시 못하는 뭐같은 성격인지라 ..
유자라는게 울퉁 불퉁 좀 못생겨야 제 맛인데
우리집 유자는 주인장인 날 닮아서인가
빤질 빤질 이쁘기도 하다
얼핏보면 유자가 아닌 이쁜 귤처럼 보인다
빤질 빤질 이쁜 유리집표 유자가 눈에 어른거리니
어쩌겠나 뭔가를 만들어야지
진짜 성격이다 성격
무언가 일이 있으면 미루지 못하고
얼릉 얼릉 해 치워 버려야 하는 피곤한 성격
유차청 만들기엔 좀 부족한 수확량인데
뭘 만든다냐 ?????
유자랑 무우
그렇다면 답은 하나
바로 다이공 아마스쯔게 (단초 무우 절임)
무우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유자 껍질 썰고
유자즙까지 잘 짜 넣고
설탕이랑 소금 식초 넣고
섞을 필요도 없다
그냥 모든 재료 다 넣고
꼭 봉해 두면 알아서 절여진다
냉장고에 넣고 이틀 후 부터 먹을수 있는
달콤 새콤 게다가 유자향까지 은은한
무우 단초절임 완성
무우 단초절임을 만들고도
유자가 남았다
그렇다면 이번엔
배추 한 입 크기로 썰어서
유자 채 썰고 유자 즙도 넣고
소금 조금 넣고 조물닥 조물닥
이름하여 하꾸사이 아사쯔게 (배추 절임)이다
김치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는 배추절임도
맛깔스럽고 좋다
우리집 마당의 무공해 유자 넣고
무우랑 배추랑 조물닥 조물닥
우리집 밑반찬 두가지 완성
쉬는날 그냥 푹 쉬면 될텐데
아침부터 이불 빨래를 시작으로
할일이 많다
데이트 바람 맞은 여자의 하루 일과 끝 !
일본의 대표적 가정요리 고등어 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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