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댁과 한국친정

시부모님 생각나게 하는 꽃

히로무 2016. 11. 4. 09:06


낮엔 따사로운 가을인데 

아침 저녁은 겨울의 문턱에 성큼 다가선 듯 하다 


울 집 마당에  활짝 핀 보라색 꽃

이름이 뭐더라 ..

멕시칸붓슈세지

 다른 이름이 아메시스토세지

좀 어려운 이름이다 

사르비아랑 친척인가 그렇다 










푹신 푹신 벨벳천 같은 푹신해 보이는 

꽃모양이 사르비아랑 닮긴 닮은것 같다 


이름한번 되게 어려운 이꽃이 

11월 우리집 가을 마당에 한 가득이다 

남쪽 마당에 두 근데 

그리고 현관에 한 군데 




이 아이는 내가 예전엔 몰랐던 꽃이다 

이 꽃을 처음 알게 된건 

몇년전 시댁 방문 했을때이다 

시어머님이랑 이것 저것 쇼핑도 할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본 꽃이다 


울 시어머님이 이 아이를 보시더니 

" 이 꽃 이쁘지 ? 

예전부터 이 꽃 사고 싶다 생각 했는데

잘 사 지지가 않네  ...."


사고 싶으면 그것도 예전부터 사고 싶으셨다면 사면 되지 

억만금 하는것도 아니고 

그거 얼마한다고 사면 되지 

뭘 그리 망설이며 사지 못하시는지 말이지 



한국 할머니나 일본 할머니나  

가족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도 

정작 자신이 갖고 싶은것은 단돈 몇천원이라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다음에 사지 뭐 

하면서 사지 못하는 우리의 어머니들 


우리 시어머님도 딱 그러신 어머님이시다 


그래서 그 낭 그 자리에서 바로 


 어머님 제가 사 드릴께요 


울 시어머님 몇천원 짜리 꽃 하나 사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아마도 뭐같이 말하니 뭐 같이 알아듣는 

며느리가 좀 이쁘지 않으셨나 싶다 ㅎㅎㅎ


그렇게 어머님께 사 드리면서 하나 더 사다가 

울 집 마당에도 한 포기 심었었다 

 





어머님께 이 아이를 사다 드리고  

그 다음해 가을 꽃이 넘 이쁘게 폈다며 

너무 좋아 하셨던 시어머님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한 해 꽃을 본 다음해 무더운 여름 

두번째 꽃을 피울려고 한참 잘 자랄 시기인데 

시어머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너거 시아버지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 


또 뭔 일이시래?

부부 싸움이라도 하셨나 ?


 니가 사 준 그 꽃 있잖아 

작년에 얼마나 이쁜 꽃이 폈었는데 

세상에 너거 시아버지가 어제 

그 꽃을 몽땅 다 뽑아 버렸다 



 헐 ...


울 시아버지 웬 심술? 

왜 그걸 다 뽑아 버렸냐고 ???


사연을 들어 보니 


울 시아버지 평소엔 집안일에 손끝하나 안 대는 분이시다 

일본에선 큐슈단시 (큐슈남자)라는 말이 있다 

큐슈 지방의 남자는 가부장적이고 

무뚝뚝 하고 뭐 그렇다는 ....


우리 시아버님이 바로 그 큐슈남자이시다 

그래서 평소엔 집안 일엔 신경도 안 쓰시는 분이 


  마당 구석에 잔뜩 난 풀 다 뽑아 버렸다

뭔 풀이 그리 많이 자랐는지 ..


라시며 울 시어머님께 마당 풀 뽑았다고 

잔뜩 자랑을 하셨단다 


울 시아버님 안하던 집안일 도울려고 

풀을 뽑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마당에서 가끔씩 골프채 휘두르시데 

1미터 이상 키가 훌쩍한 

이 아이가 골프채 휘두르시는데 방해가 되셨나 보다 


웬 풀이 이렇게 많이 나왔나 하시며 

몽땅 뽑아 버리셨다는게 그 사연이다 


 내가 너거 시아버지 때문에 못 살겠다 

평소에 안하던 마당 풀을 뽑긴 왜 뽑냐고 ..



속상해 하시는 시어머님께

내가 다시 사다 드린다 했더니

사지 말라신다 

또 시아버님 몽땅 뽑아 버릴것 같다고 ...








몽땅 뽑아져 버려진 시댁과는 달리 

우리집 마당에선 무럭 무럭 잘자라 

매년 이맘때면 이쁜 보라색 꽃을 피운다





사르비아 친척이지만 일년초인 사르비아와 달리 

이 아이는 매년 꽃이 피우는 다년초이다 

겨울이 되면 다 말라 죽어 버려서

싹뚝 밑둥 까지 잘라 버리면 

봄이 되면 그 뿌리에서 다시 새 순이 나 

가을 이맘때면 꽃이 핀다 


처음에 작은것 한 포기 샀었는데 

포기 나누기를 했더니 

지금은 마당에 두 곳 

현관에 한 곳 이렇게 세군데서 자라고 있다 


키가 큰 아이라 자리도 많이 차지 하고 

이 아이 분양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기 저기 분양해 주고 싶다 

자라도 너무 잘 자라는 이 아이 

마당 좁은 우리집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



요즘도 울 시아버님은 이 아이 뽑아 버린 그 자리에서 

골프채를 휘두르시고 계실려나 모르겠다 


다음에 시댁 갈때 이 아이 분양해서 

시어머님께 가져다 드릴까 싶다 

이 이쁜 아이 나만 보고 있자니 약간은 아쉽다 


이 아이 가져다 드리면 

울 시어머님 좋아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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