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따사로운 가을인데
아침 저녁은 겨울의 문턱에 성큼 다가선 듯 하다
울 집 마당에 활짝 핀 보라색 꽃
이름이 뭐더라 ..
멕시칸붓슈세지
다른 이름이 아메시스토세지
좀 어려운 이름이다
사르비아랑 친척인가 그렇다
푹신 푹신 벨벳천 같은 푹신해 보이는
꽃모양이 사르비아랑 닮긴 닮은것 같다
이름한번 되게 어려운 이꽃이
11월 우리집 가을 마당에 한 가득이다
남쪽 마당에 두 근데
그리고 현관에 한 군데
이 아이는 내가 예전엔 몰랐던 꽃이다
이 꽃을 처음 알게 된건
몇년전 시댁 방문 했을때이다
시어머님이랑 이것 저것 쇼핑도 할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본 꽃이다
울 시어머님이 이 아이를 보시더니
" 이 꽃 이쁘지 ?
예전부터 이 꽃 사고 싶다 생각 했는데
잘 사 지지가 않네 ...."
사고 싶으면 그것도 예전부터 사고 싶으셨다면 사면 되지
억만금 하는것도 아니고
그거 얼마한다고 사면 되지
뭘 그리 망설이며 사지 못하시는지 말이지
한국 할머니나 일본 할머니나
가족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도
정작 자신이 갖고 싶은것은 단돈 몇천원이라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다음에 사지 뭐
하면서 사지 못하는 우리의 어머니들
우리 시어머님도 딱 그러신 어머님이시다
그래서 그 낭 그 자리에서 바로
어머님 제가 사 드릴께요
울 시어머님 몇천원 짜리 꽃 하나 사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아마도 뭐같이 말하니 뭐 같이 알아듣는
며느리가 좀 이쁘지 않으셨나 싶다 ㅎㅎㅎ
그렇게 어머님께 사 드리면서 하나 더 사다가
울 집 마당에도 한 포기 심었었다
어머님께 이 아이를 사다 드리고
그 다음해 가을 꽃이 넘 이쁘게 폈다며
너무 좋아 하셨던 시어머님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한 해 꽃을 본 다음해 무더운 여름
두번째 꽃을 피울려고 한참 잘 자랄 시기인데
시어머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너거 시아버지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
또 뭔 일이시래?
부부 싸움이라도 하셨나 ?
니가 사 준 그 꽃 있잖아
작년에 얼마나 이쁜 꽃이 폈었는데
세상에 너거 시아버지가 어제
그 꽃을 몽땅 다 뽑아 버렸다
헐 ...
울 시아버지 웬 심술?
왜 그걸 다 뽑아 버렸냐고 ???
사연을 들어 보니
울 시아버지 평소엔 집안일에 손끝하나 안 대는 분이시다
일본에선 큐슈단시 (큐슈남자)라는 말이 있다
큐슈 지방의 남자는 가부장적이고
무뚝뚝 하고 뭐 그렇다는 ....
우리 시아버님이 바로 그 큐슈남자이시다
그래서 평소엔 집안 일엔 신경도 안 쓰시는 분이
마당 구석에 잔뜩 난 풀 다 뽑아 버렸다
뭔 풀이 그리 많이 자랐는지 ..
라시며 울 시어머님께 마당 풀 뽑았다고
잔뜩 자랑을 하셨단다
울 시아버님 안하던 집안일 도울려고
풀을 뽑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마당에서 가끔씩 골프채 휘두르시데
1미터 이상 키가 훌쩍한
이 아이가 골프채 휘두르시는데 방해가 되셨나 보다
웬 풀이 이렇게 많이 나왔나 하시며
몽땅 뽑아 버리셨다는게 그 사연이다
내가 너거 시아버지 때문에 못 살겠다
평소에 안하던 마당 풀을 뽑긴 왜 뽑냐고 ..
속상해 하시는 시어머님께
내가 다시 사다 드린다 했더니
사지 말라신다
또 시아버님 몽땅 뽑아 버릴것 같다고 ...
몽땅 뽑아져 버려진 시댁과는 달리
우리집 마당에선 무럭 무럭 잘자라
매년 이맘때면 이쁜 보라색 꽃을 피운다
사르비아 친척이지만 일년초인 사르비아와 달리
이 아이는 매년 꽃이 피우는 다년초이다
겨울이 되면 다 말라 죽어 버려서
싹뚝 밑둥 까지 잘라 버리면
봄이 되면 그 뿌리에서 다시 새 순이 나
가을 이맘때면 꽃이 핀다
처음에 작은것 한 포기 샀었는데
포기 나누기를 했더니
지금은 마당에 두 곳
현관에 한 곳 이렇게 세군데서 자라고 있다
키가 큰 아이라 자리도 많이 차지 하고
이 아이 분양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기 저기 분양해 주고 싶다
자라도 너무 잘 자라는 이 아이
마당 좁은 우리집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
요즘도 울 시아버님은 이 아이 뽑아 버린 그 자리에서
골프채를 휘두르시고 계실려나 모르겠다
다음에 시댁 갈때 이 아이 분양해서
시어머님께 가져다 드릴까 싶다
이 이쁜 아이 나만 보고 있자니 약간은 아쉽다
이 아이 가져다 드리면
울 시어머님 좋아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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