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그것도 장남에게 시집와서
난 소위 말하는 맏며느리가 되었다.
한국 친정집은 종가는아니지만 친정아버지가 장남인지라
나름 제사다 뭐다 큰 행사가 심심찮게 있는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 제사는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일본에도 제사라는게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제사와는 너무나 다르다
일본은 종교에 따라서 다른데
일반적으로는 1주기 3주기 7주기 13주기
17주기 23주기 27주기 33주기가 있는데 33주기는 망자가
사망한지 33년이 지나면 무죄방면 된다고 하여 마지막으로 여긴다
종교에 따라서는 37주기 50주기를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33주기를 마지막으로 한다고 한다
일본으로 그것도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제사는 단 한번 경험했다
(남편의 친가의 경우다. 외가는 내가 며느리로써 부담이 없으므로 제외)
그 한번의 제사는 일반적으로 마지막으로 하는
시댁 할아버지의 33주기였다.
처음엔 매년 하지 않는 제사가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며느리인 나로써 나쁠것 없으니 그러려니 했다
시집 와서 몇년이 지난후 할아버지 33주기니까 오라는
시어머님의 말씀에 제사가 매년 있는것도 아니고 팔 걷어 부치고
맏며느리 노릇 제대로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시댁에 갔다
시댁에 가니 장도 보지 않았고 아무 준비가 되지 않은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에 이건 뭐지???
작은 아버지랑 고모랑 사람들은 있는데....
검은색 예복을 입고 곧 바로 절로 향했다
절에서 스님이 목탁 두드리며 뭐라 뭐라 하고
뭐가 뭔지 모른채 그냥 고개 숙이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끝이라고 한다
스님께 고맙다 어쩌다 인사를 하고
(스님께는 술이랑 사례를 따로 하는것 같았다)
곧바로 예약된 식당으로 모두가 이동
예약된 맛있는 식사를 하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다가
시아버님이 "이걸로 아버지 제사는 마지막이다 수고 했다"
이 한마디로 아버님 형제들은 각자 자기들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설겆이 한번 하지 않고 시할아버지의 처음이자 마지막
제사는 끝이 났다
잔뜩 맏며느리 노릇 해야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던 나는
오히려 서운함을 느낄정도 였다
사망한지 33년이 지나면 제사는 끝이므로 윗대 제사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아직 시부모님 두분 다 건강하시니
당분간 제사도 없을것 같고 ...
아무것도 모르는 친정어머니는 그래도 장남에게 시집간 맏며느리라고
당신 딸이 고생 좀 하겠지 생각하시는것 같다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평생 맏며느리로 제사다 명절이다
고생 하신 친정 어머니는 이해를 못 하신다
일본에서 맏며느리 노릇하기는 너무나도 쉽다
전화만 한번 드려도 잘 한다 하시고
내 손으로 직접 밥 한끼만 차려 드려도
고맙다 잘한다 하신다.
이렇게 편하게 맏며느리 노릇을 해도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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