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한결 같을것 같았던 친정엄마도 이제 70 이시다
아들 하나에 딸 둘을 낳으신 우리 엄마. 엄마는 7남매중 막내로
꽤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내셨단다
다들 어려웠을 그시절 엄마는 시집오기 전까지 손에 물 안 묻히며
금지옥엽 키운 막내 딸이었단다
꽤 이른 나이에 결혼한 울 엄마
아빠는 장남이어서 평생 시부모 모시고
어린 시동생 시누이 결혼 해 독립할 때 까지 한 집에 사는 대가족이었다
그러니 살림이라고 해 보지 못한 울엄마 고생은 짐작이 간다
나도 사실 결혼 하기전 까지 음식이라곤 거의 해 보지 않았다
독립할 때까진 엄마가 다 해 주었고
서울에서 혼자로 독립해 직장 생활할 땐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매일 밖에서 사 먹는 생활이었으니까.
울 친정 엄마는 딸 둘에게 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할머니는 그게 항상 불만이셔서
"딸을 그렇게 키워서 어짤라고 그라노.
그래 딸 키와가 우에 시집 보낼라 카노
딸 그래 키웠다고 욕먹고 딱 좋다" 하시며
엄마에게 항상 뭐라 잔소리를 하셨다
엄마는 할머니 앞에선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계셨지만
우리 자매에게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난다
"시집 가면 하기 싫어도 평생 해야 하는 일 인데
뭐하러 지금부터 하노. 난 너그들 지금 안 해도 시집가면 잘할꺼라 믿는다 "
이게 엄마가 우리 자매에게 일을 시키지 않으신 이유다
엄마는 딸들에게 일을 시키지는 않으셨지만
항상 옆에 앉혀 놓고 지켜 보게 하셨다
김치를 담글때도 옆에 앉혀 놓고 "먹어 봐라. 어떠냐? 마늘 더 넣을까?
설탕은 어떠냐? 깨 좀 더 넣어라
그러면 옆에서 맛보고 깨 더 넣어 주고 그러면서 보고 자랐다
아버지가 장남인지라 집안 대소사도 많았다
직접 일은 하지 않았지만 입으로 맛을 익혔고 눈으로 익혔었다
우리 엄마의 딸 키우는 엄마만의 방법이였다
일을 시키지는 않으셨지만 옆에 끼고 하나하나 보여주고 가르쳤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우리 엄마의 딸 키우는 방법은 틀리지 않았던것 같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언니도 장남에게 시집가서 잘한다는 소리 듣고 있고
일본에 시집 온 나도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다
어릴때 집안일 해 보지 않았지만 잘 하진 못하지만
하나 하나 배워가며 엄마가 하시던 대로 기억을 떠올리며 하는것 재미있엇다
결혼후 처음 자기야가 우리 집 방문 해서 며칠을 보낸후
자기야가 한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
자기가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구나
그런 자기를 나도 많이 사랑해 주지 않으면 안되겠네..
한국 우리 가족은 평소처럼 했는데 가족간 사랑이 한국보다 조금 옅은
일본인인 자기야가 볼땐 참 화목하고 좋게 보였었나 보다
남편에게 이런 말을 들을수 있도록 사랑 듬뽁 주신 부모님께 고마웠고
이런 말을 해 준 자기야가 고마웠다
그때 난 나도 딸을 낳으면 그렇게 키워야지 싶었다
사랑을 받아 본 이가 사랑을 줄줄도 안다고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난 딸이 없으니 할수 없지....
하나있는 아들이지만 사랑 듬뿍 듬뿍 해 줘서
사랑을 할 줄 아는 멋진 싸나이로 키울수 밖에...
한국에 전화할때 마다 울 엄마
"시부모님께 잘 해라. 남편에게 잘 해라
히로 너무 야단치지 말고 키워라... " 울 엄마 입버릇이다
친정 엄마가 딸 자식 잘못 키웠단는 말을 듣지 않게 지금도 노력중이다
누군지 딸 잘 키웠다... 그게 내가 엄마에게 해 줄수 있는 효도고
엄마 에게 드릴수 있는 훈장이니까...
엄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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