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라 불리는 남자

일본인 남편이 한국에서 배운것중 제일 좋았던것은...

히로무 2014. 1. 24. 15:22

 

한국에서 만나  결혼하고 1년정도 한국 생활 .

그리고 일본에 와서 새로 시작한 신혼.

처음 일본 왔을땐 일본에서 아무 경력도 없는 자기야인지라

정사원이 아닌 계약사원에 이것 저것 신혼 살림 장만하랴...

부족한게 돈이었다

 

 

자기야가 정사원이 되기전 1년간은

빨리 자리잡고 싶은 나는 절약 하고 또 절약했다.

내 한국 일본 인생중 통틀어서 가장

억척 스럽게 살던 때였다

 

그런때 가끔씩 휴일이면 자기야가 미국있을때 알던 친구랑

가끔 만나 식사를 하곤 했었는데

그때 마다 자기야가 식사값을 다 내는것이었다

일본은 기본이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더치페이하는 나라인지라

그런 자기야가 난 못마땅했다

 

자기야 보다 먼저 일본에 귀국한 그 친구는

자기야 보다 사실 수입이 더 많고 아직 미혼인지라

계약사원의 월급으로  부부가 생활해야 하는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훨씬여유가 있는데...

 

난 10엔을 아끼려  바둥 바둥하는데

왜 와리깡이 아니라 자기가 다 내냐고...

처음 두번은 자기야에게 아무말 하지 않았다

세번째 만났을때 자기야가 또 자기가 돈을 다 내는 것이다

그 친구는 아무말 없이 내 주는대로 가만히 있고...

 

세번까지는 참을수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와

 자기야 왜  XX상 만날때마다 자기가 돈을 다 내는데...

일본은 기본 와리깡 하잖아.

지금 우린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그렇게 해야 되?

 

자기야는 나의 말에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한국에서 사람들 만날때 서로  밥 사주고 하는게

너무 좋아 보였는데...사랑을 느낄수 있잖아.

난 한국에서 그게 제일 좋았어.

미짱도 한국에서 그랬잖아. 밥 많이 사 줬잖아?

난 미짱이 그런 말 하는게 잘 이해가 안 되네.

 

 

자기야의 말을 듣고 할 말을 잊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난 선배도 많았고 후배도 많았다

결혼해서 1년간 한국 살면서 직장인이었던 나와는 달리

백수였던(한국어 어학당 학생이었지만..) 자기야는

남아 도는게 시간인지라

나의 친구나 동료나 선후배.

심지어는 상사와의 모임이든   어떤 모임이든

내가 가는 곳은 깍뚜기 처럼 끼여서 따라 다녔었다

 

지금의 한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선배를 만나면 선배가 다 사 주었고

후배를 만나면 내가 사고

동료나 친구를 만나면 한번은 내가 한번은 친구가 사는..

그런 생활을 했었다

 

자기야는 깍뚜기처럼 나를 따라 다니며

그런 사소한 것들을 눈여겨 보았었나 보다

그걸 보고 자기야가 느낀건 " 참 좋다" 였단다

자기가 먹은거 자기꺼만 달랑 내는 일본 보다

서로 사주고 하는게 너무 사이가 좋아 보이고

서로가 아끼고 위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선 그렇게 돈을 펑펑 쓰던 내가 그러지 말라고 하니

자기야는 오히려  나를 이해 하지 못했다

 

 자기야 자기가 왜 그랬는지 잘 알았어

근데 돈을 내 주는것도 다 룰이 있는거야

후배를 만나면 선배가 내고 친구를 만나면

한번은 내가 내면 그 다음에 만나면 그 친구가 내는거야

그런데 세번 만날동안 XX상은 한 번도 안 냈잖아

(사실 그 친구가 자기야 보다 두 살 더 많다)

그리고 돈도 XX가 더 잘 벌고 

우린 둘인데 XX는 혼자 잖아.

자기 마음은  잘 알겠는데 우리가 돈 좀 더 벌고

우리 생활이 안정되면 그 때 자기가 사라.

지금은 아닌것 같아. 지금 자기가  그러는건  허.. 세.. 야 !

 

 

그때서야 자기야는 납득을 했다.

그 후론 자기야의 막연한 그 멋진 꿈

(멋지게 자기가 돈 내는...) 은  잠시 접었었다

 

그리고  지금.

자기야는 부하 직원을 거느린 상사가 되었다.

 매일  자기야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 해 준다

가끔씩 내일은 도시락이 필요 없다고 할 때가 있다

내가 왜? 라고 물으면

부하 직원이랑 점심 먹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그럴때 자기야가 돈을 내는것 같다

한국에서의 꿈꾸던 돈을 내 주는 멋진 싸나이가 되는 순간이다.

물론 지금은 나도 자기야에게 더치페이 하라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배운것 중 그게 제일 좋았다는데

그 꿈을 깨 부술순 없으니까....

 

한국에 좀 더 오래 살았다면 한국의 나쁜 점들도 눈에 들어 왔겠지만

1년이란 짧은 한국 생활은 자기야에겐 좋은것 투성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한국은 무조건 좋은줄 안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지금의 한국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인인 자기야의 기억 속의 한국은 좋은 기억 좋은 추억으로

 가득하기에 그래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