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아이키우기

아직 아직 멀었다

히로무 2015. 4. 8. 00:00



4월 부터 신학기가 시작 되는 일본 

오늘은 중학교  입학식이다 

2학년인 히로는 학교를 쉬는 날이라 

아침부터 룰루 랄라 


그런데  나는 입학 하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학교에 가야 한다는.....

그래서 회사까지 쉰다는....


날씨가 좋으면 좋았을텐데 

비까지 추적 추적 내리고 있다 


내가 입학식날 학교 가는 이유는 

지구위원회.. 쉽게 말해 지역의 학부모 대표 임원이다 

지난해 임원이었던 난 올해 입학 하는 

신입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지역임원이 하는 일을 설명하고 올 한 해 

임원을 할 후임 엄마를 선출하기 위해서이다 







빨간 우산 너머로 보이는 학교 가는길 

내리는  봄 비에 벚꽃들도 떨어지고 

웬지 쓸쓸한 길..

어제는 그렇게 따뜻하더니만 

입학식날 하필 비라니....


내 아이가 입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학식 

신입생 엄마들은 정장에 최대한 이쁘게 차려 입고 올 것이고  


그리고 난

임원 선출을 위해 입학식장인 대 강당에 들어가야 하니 

게다가 부모들 앞에서 스피치도 해야 하고 

지역 엄마들을 리더 해야 하니

나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서 

치마 입고 스타킹 신고 

평소에 안 신는 뽀족 구두 까지 신었다 


한국에 있을땐 난  모기업의 비서실에 근무 했었다 

매일 치마 정장에 뽀족 구두 신고 

강아지처럼 깡총 깡총 잘도 뛰어 다녔는데 

일본에 오니 뽀족 구두 신을 일이 거의 없다 

지금 생각하면 그땐 어떻게 그리도 

아침부터 밤까지 뽀족 구두 신고 

쫓아 다닐수 있었는지...



일본에 사는 지금은 

일년에 서너번 뽀족구두 신을 일이 있을까?

그러다 보니 뽀족 구두 신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 

왜 이리 불편한걸 신나 싶다 


일본에 살아보니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같은 큰 행사가 아니면 

뽀족 구두 신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선  뽀족 구두 신고

걸어 다닐일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툭 하면 택시 타고 돌아 다녔으니 ...

 

일본에서 2,30분 거리라면 걷는건 일도 아니다

워낙 많이 걷는 일본 생활  

그러다 보니 편한구두 굽 낮은 구두를 신게 된다 


한국에서 지인이 일본에 온다고 하면 

난 무조건 발 편한 신발 신고 오라고 

당부 아닌 당부를 한다 

왜냐? 일본은 걸을일이 많으니까..

택시?? 그거 비싸서 못 타니까 

요즘 일본 택시값이 얼마더라??


최초 2키로 680엔 (6800원).. ???

택시 안탄지 하도 오래 되어서 

가격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내 아이 입학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학식인지라 

명색이 지역위원 임원인지라 

치마 정장에 뽀족 구두 신고 

비 오는날 우산 받쳐 들고 학교에 갔는데....






하 하 하 

각 지역의 대표들 

10여개 지역의  임원들 회장단 포함  16명 정도 된다 

16명중 정장에 그것도 치마를 입고 

이쁘게 화장 까지 하고 온 건 나 뿐 


안들려


다른 임원들 복장을 살펴 보니 

편한 바지에  슈퍼 갈때나 걸칠것 같은 윗도리에 

춥다고 목도리 하나 두르고 

가방?  시장 갈때나 들고 다닐것 같은 

오래된 커다란 가방 이러고 해야 할까?

편해도 너무 편한 골목길에서 옆집 아줌마들이랑 

수다 떨때나 입을것 같은 그런 복장들....



헉4


하 하 하 


지역위원들끼리 사전 모임을 하려고 모였는데 

눈에 띄어도 너무 뛰는  나 ..

아니.. 그래도 입학식인데...

아니... 그래도 강당에서 각 지역엄마들 다 모아 두고 

설명도 하고  모임을 주도 해야 되는데 

도대체 일본 엄마들 날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내가 뭘  잘못 한 건지..

이쁘게 입고 와서 이렇게 불편하기도 쉽지 않을듯 하다 

심지어 임원회 회장까지 

청바지에 노 메이컵... 100% 생얼이다 

헉 ! 



사전 모임을 마치고 강당에 들어서니 

입학식 하느라 곱게 정장을 차려 입은 

신입생들의 엄마들이 가득 

그제서야 눈에 띄지 않고 동화 되어 가는 나


우리 지역엄마들 다 모아 두고 

설명을 하고 새로운 위원을 뽑고 .....

이쁘게 차려 입은 신입생들 엄마 속에서 

이제서야 겨우 어깨를 펼수 있었다  


 일본에서 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키고 졸업시키고 

그리고 중학생의 학부모가 되기 까지 

수년이다 

외국인이란 특별 대우 없이 다른 일본 엄마들처럼

학급 위원 (학급 학부모 대표) 도 했고 

어린이회 부회장도 했고 

다른 일본 엄마들이랑 똑 같이 할 것 다 했는데  

게다가 작년엔 지역위원까지..

 

이제까지 일본 엄마들처럼 

할것 다 했는데 

오늘 알았다 

아직  아직 멀었다는 것을...



하긴 뭐 난 한국 엄마인것을 ...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다른 엄마들에 비해 좀 눈에 띄면 어떠하리

난 나인것을.....


하 . 하 . 하 


그래도  오늘은 입학식인데...

정장에 화장에 뽀족 구두 신은 내가 너무 넘쳤나???

아닌데 .. 그 정도는 예의인데....

아닌가??

에이 ....  모르겠다 


아직 일본에서 내가 갈 길은 

멀고 도 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