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오셨으니
난 착한 며느리 노릇 할려고 회사 휴가를 냈다
자기야는 출근이니
봄방학중인 히로랑 어머님이랑
시간을 보낼까 싶어서...
그런데 히로가 학교 친구들이랑 테니스 있다고
아침부터 나가 버렸다
할수없이 어머님이랑 둘이서 데이트를 할 수 밖에...
우리 시어머님은 외식을 싫어 하신다
건강 매니아로써 하루 만보는 반드시 걸으시고
음식도 이것 저것 많이 따지시고
칼로리 계산에 저염식 등등....
외식을 싫어하시는 어머님이시지만
자연식 레스토랑을 알고 있기에
어머님을 모시고 가기로 했다
어머님 멀지 않으면 걸어 가자고 하신다
매일 적어도 만보는 걸으셔야 한다고....
편도 3키로는 되는 거리인데
어머님이 걷고 싶다 하시니 가볍고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고
집을 나섰다
난 차를 타고 휭하니 가고 싶은데....
오늘은 착한 며느리 노릇하기로 마음 먹은날이니
어머님 뜻을 따라 걷기로
막상 걷기 시작하니 정말 차를 두고 오길 잘 했다 싶다
항상 차로 쌩 하니 지나만 다니니
이렇게 이쁘게 벚꽃이 펴 있으리라곤 ..
올 해는 어쩌다 보니 아직 벚꽃 구경도 제대로 못 했었다
집만 나서면 여기 저기 벚꽃 천지인데
오늘에서야 그것도
시어머님이랑 며느리랑 둘이서 데이트를 하면서
벚꽃길을 걷게 될줄은...
정작 팔짱 끼고 이 꽃길을 함께 걷고 싶은 내 님은
지금쯤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겠지..
벚꽃 사진 찍어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자기야에게
라인으로 사진을 전송하니
일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달려 가고파라는 답장이 ..
"자기야 참으셔야 하옵니다
열심히 일하셔서 많이 많이 벌어 오셔야
당신 마눌님이랑 당신 엄니가
맛있는 외식 할 꺼 아니겠소..."
한참을 걷고 또 걸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을 따라 걷는 길은
지겹지가 않다
물론 어머니랑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한참을 걷고 난 후의 런치는 참 맛난다
외식을 싫어하시는 어머님이시지만
지역의 신선한 무공해 야채와
저염식 음식
그리고 적당한 양
참 마음에 들어 하셨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처음 이 레스토랑 왔을때 어머님 좋아 하실것 같아
오시면 꼭 한번 모셔야지 했었다
꽃길을 한참을 걸으면서 수다를 너무 많이 떨어서인지
식사 하는 동안 식사에만 열중 했다
돌아오는길
노오란 개나리도 활짝 폈다
이쁜이 민들레도...
시어머님 안계셨으면 차로 휭하니 갔다 왔을 길
이렇게 걸어보니 보이는 세상이 다르다
바닥에 붙어 피어있는 작은 민들레까지 눈에 다 들어 온다
어머님 덕분에 봄을 만끽한 하루가 되었다
시어머님과의 둘만의 데이트도 나름 괜찮다
어머님 덕분에 무려 6키로나 걸었다
나도 매일 만보씩 걸어?
글쎄? 또 작심 삼일이 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시어머님과 둘 만의 봄날의 테이트
이쁜 꽃길도 좋았고
맛있는 런치도 좋았고
결론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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