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귓속말로 소근 소근. 그 아이의 비밀은..

히로무 2014. 11. 6. 00:00


일본 초등학교에서 한국강사일을  할때 였다 

그날을 초등학교 5학년 수업이었다 

4시간에 걸친 수업이었기 때문에 

수업 준비부터 끝나고 교장 선생님과 면담등등 

하루 종일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던 날이었다 

강당에서 5학년 전 학년이 모여서 하는 단체 수업 


4시간에 걸친 한국에 대한 종합 수업이었기 때문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하는 수업이었다 




위의 사진을 잘 보면 만국기에 태극기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직접 태극기를 손으로 그려서 

칠판에다가 붙여 놓았다 

내가 며칠전에 블로그에 올린 일본 초등학교의 만국기라라는 글에 

일본 만국기에 태극기가 없다는 글이 있다  




처음 한시간은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그리고 나머지 두시간은 한국의 놀이 문화로 

제기차기와 윷놀이를 소개하고 

아이들과 직접 제기차기와 윷놀이를  하며 

한국의  놀이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수업을 하였다 




의외로 아이들이 윷놀이를 아주 좋아했다

윷놀이의 룰을  설명하는데 진짜 고생했지만 

어찌 어찌 알아 듣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점심도 아이들이랑 함께먹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인지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수업이 거의 다 끝나 갈 무렵 

얌전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아무말 못하고 부끄러운듯 내 주변을 맴돌기에 

내가 허리를 굽혀 키를 낮춘후 

무슨일이야? 라고 물으니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아주 작은 소리로...


  김선생님.  우리 할아버니도 한국 사람이에요..


일본 초등학교의 만국기에  태극기가 없던 시절이다

아직 한일의 문화 개방이 되지 않았던 때 

은근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심하던때 

아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누가 들을까 조용한 목소리로 귓속말로 나에게 소근 소근 


한 5초 정도 난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자기의 비밀을 오늘 처음 본 한국인인 나에게 

조용히 밝히는 5학년 여자아이에게 

이 아이에게 난 무슨 말을 해 줄어야 할까 ?


난 우선 얼굴에  활짝 웃음을 지었다 

아주 아주 활짝 

그리고 나도 허리를 낮춰 아이의 귀에다 소근 소근 


   우와.... 진짜? 

정말 대단한데...

그래서 이렇게 이뻤구나... 

좋겠다 할아버지가 한국분이어서..



그때서야 아이가 얼굴에다 활짝 웃음을 띠었다 

그리곤 이번엔 귓속말이 아닌 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곤 활짝 웃으며  친구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는곳으로

뛰어가는  조그만 여자아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마도 한국 선생님이 온다고 하니 

며칠간 그 아이는 설레었지 싶다 

할아버지 나라가 어떤 나라일까?

그리고 4시간을 함께하며 자기 할아버지가 

한국인임을 나에게 말할 용기가 났을 그 아이...


2년간 일본 초등학교에서 한국강사를 하며 

제일 기쁘고 흐뭇했던 날이었다 


지금은 그 아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귓속말로 소근소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할아버지가 한국인임을 말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