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셋이서 따로 국밥으로 보낸 하루

히로무 2014. 10. 26. 00:00


나는 평일에도 비번이라  쉬는 날이 있다 

평일 쉬는 날엔 자기야는 회사에 히로는 학교에 

결국 혼자서 보내는 나만의 시간이다 

가끔은 친구들이랑 런치도 하고 

가끔은 혼자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고 

가끔은 하루종일 집에서 자다 일어나다 뒹굴 뒹굴 ..

그렇데 혼자만의 시간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가질수 있다 

대체로 일주일 중 평일에 한, 두번  그리고 주말에 한번 

쉬는 편이다 


이번 토요일도  쉬게 되어서 날 좋은 가을이니  난 가족 셋이서 

야외로 나갈까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런데 히로는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다고 하고 

자기야는 테니스 일정이 잡혔다고 한다 


히로도 자기야도 가족과 상의없이 

약속을 잡았다는게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 오늘은 따로 국밥으로 놀자

각자 볼 일 보자고...


그러곤 히로와 자기야 보다 내가 먼저 휑 하니 나와 버렸다 

사실 조금은 짜증이 났다






그렇게 나선길 ..

하늘도 맑고 너무 아름답다 

토요일이라서인지 연인끼리 가족끼리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처음엔 짜증나서 나선길이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그리고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짜증나던 마음이 사라진다 

공원에서 혼자로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사실 아침에 내가 짜증 난 이유는 

아무 상의도 없이 그것도 약속이나 한듯이 

히로와 자기야가 동시에 자기 마음대로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 엄마 나 내일 친구집에 놀러 가지로 했는데 가도 돼?"


"자기야 나 오후에 테니스 일정 잡을건데 무슨 특별한 일정 없지?"


그렇게 물어 보았으면 나도 기분 좋게 그렇게 하라고 할수 있었을텐데..

평소엔 히로도 자기야도 나에게 일정을 물어 보는데 

오늘 따라 둘다 진짜 약속이나 한듯 

나에게 통보를 하는 식이었기에....


그래 가끔은 그럴수도 있지..

나도 뭐 상의 없이 결정 해 버릴 때도 있는데 뭐

그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 

아침의 언짢았던 기분은 저 높은 하늘위로 날라가 버렸나 보다

 이 좋은 가을날 각자가 하고 싶은 일 하는것도 

행복하다  






그렇게 공원에서 들고 나온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니 

출출 하다 

그렇게 들어선 식당 

뭐 메뉴판을 보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연어도 좋아하고 아보카도도 좋아하고 

연어 아보카도 돈부리로 결정 






근데 대 실망이다 

연어는 딱 네점 들어 있고 

그건 그런대로 참겠는데 ...

일본은 쌀이 좋아서 밥이 참 맛이 나는데 

이 집  밥이 영 아니다 

푸석 푸석 윤기도 없고 

도대체 언제 해둔 밥인지 

먹고 나오는데 다음에 이용 할 수 있는 

100엔 할인 쿠폰을 준다

아무리 할인 쿠폰이 있어도  

내가 두번 다시는 이집에 오나 봐라...






다시 거리로 나외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기웃 기웃 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볼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시간 가는줄 모르고 돌아 다녔다 


전철을 탔는데 히로에게서 몇 번이나 전화가 온다 

일본 오래 살다 보니 일본 생활이 몸에 베었나 보다 

난 전철에선 웬만하면   전화를 안 받는다 

핸드폰은 진동으로 해 두고  

전철을 타고 있으니 나중에 연락 한다고 라인을 보내니 

아마도 두 남정네 내가 아직 화가 난 걸로 생각 했나 보다 

내 기분을 풀어 줄려고 그랬는지 

집에 도착하니  드 남정네가 마당에다 불을 피우고 바베큐 준비를 하고 있다 

나야 저녁 안 만들어도 되니 이게 웬 횡재인가 싶다 





지글 지글 고기는 익어 가고 

냉장고속 밑반찬들이 총 출동이다 





아무리 고기가 지글 지글 숯불에서 익어 가고 있어도 

저 반찬들을 보니  갑자기 비비고 싶다고 꿈틀대는 욕망이..

결국 커다란 대접 들고 나와 

밑반찬들 쓸어 담고 팍팍 비볐다 

이러니 살이 빠질리가 있나....





이제는 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먹기엔 조금 춥다 

 햇살이 따스한 런치라면 모를까 

이번주가  올해의 마지막 마당에서의 디너가 될 것 같다 


자기야는 고기를 구우며 나는 비빔밥을 팍팍 비비며 

오늘 각자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따로 국밥으로 지내고 

결국은 다시 마당에서 숯불을 피우고 재회한 

우리 세 가족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 

아침에 짜증낸게 살짝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