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기

미역국도 못 끓인 남편생일상

히로무 2014. 9. 13. 00:30


자기야의 생일이다

평일이 생일이면 아무래도 제대로 차릴수가 없다 

일하는 여자인지라...


매년 자기야 생일엔 특별히 차리는건 없다 

뭐 먹고 싶어? 뭐 만들까? 물어 보면 

세끼항만 있음 된단다 

세끼항은 찹쌀을 섞어만든  팥밥이다

일본에서는 신정이나 생일 결혼식 등등 

축하 할 일이 있을때 먹는다


다른 집 생일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시댁에선 

생일 = 세끼항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야는 생일만 되면 세끼항을 외친다 


아침에 출근하기전에 새끼항 타이머 설정 해 두고 출근했다 

일을 마치고 회사를 나서며 메일을 확인하니

자기야는 벌써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라고...

오늘 따라 왜 이리 빨리 오냐고...

어쩐다... 20분 밖에 여유가 없다 

집에 도착하니 세끼항은 다 되어 있고 

서둘러 반찬을 만드는데 

이를 어쩌나 미역을 담궈 두는걸 잊어 버렸다 

20분 만에 미역국 끓일순 없고...


옷도 못 갈아 입고 허둥대는 동안 자기야가 도착 

아직 밥상 차릴려면 멀었고 

먼저  샤워 부터 하라고 하고 

그 사이 난 초 스피드로 밥상을 차렸다 






맛 있고 갈끔 하게는 못해도  스피드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 나이기에 

정확하게  30분만에 차려 낸 생일 밥상이다 






미역국이 없지만....

 사실 자기야에게는 미역국은  별 의미가 없다 

미역국은 내가 생일날  남편에게 해 주고 싶을뿐이지 

일본인인 자기야는 세기항만 있음  만사 오케이다 

일본은 세끼항에 고마시오라고 해서 검정깨랑 소금을 

뿌려 먹는다 






마파두부는 사실 세기항이랑 어울리지 않는 메뉴다 

마파두부는 역시 하얀 밥이 진리다 

하지만  세끼항 별로 좋아하지 않는 히로를 위한 메뉴다 

히로는 하얀밥에 마파두부 


사실 자기야의 생일이지만 자기야를 위한 메뉴는  

세끼항과 그리고 닭날개 매운 조림이 전부다 


나머지는 냉장고에서 꺼낸 밑반찬이고..





이것도 생일상이라 차려 내고 보니 좀 너무 했나 싶기도 하다 

다른 집이라면  평소에 먹는 저녁상일텐데

아니 오히려  그 보다 못할지도 모르겠다 



핑계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일하는 여자로써 평일의 생일이라면 

밖에서 외식을 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세끼항이랑 미역국은 먹이고 싶은게 내 맘이고 

자기야도 아무것도 없어도 생일은 집에서 

세끼항을 먹고 싶어한다 


단 올해는 나이 탓인지 출근 하기전 미역을 불리는걸 

잊어 버린 내가 살짝 미울 뿐이다 



그래도 자기야는  밥 차려 줘서 고맙다고 하니 ..

내가 결혼은 잘 한것 같다 

근데 평소에 얼마나 못해 주면 요런걸로 고맙다고 하는지...



우리집 생일 상은 그렇다 

평일이 생일이면 외식없이 집에서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다 

그리고 그 주말에 근사한 레스토랑 가서

두번째 생일 축하를 한다 


아무래도 자기야도 나도 직장 생활을 하고 

히로는 학교에 학원에 그러다 보면 평일에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토요일 저녁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다시 한번 생일 파티 하기로 하고 

자기야 오늘은 미역국은 없지만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 하는걸로...

너무 보잘것 없고 소박한 생일상이지만 

(나의 실수로 미역국도 없는....)

가족이 함께 하기에 좋다 


잊지 않고 바로 토요일 저녁 레스토랑 예약은 마쳤다 


자기야 마흔하고도 첫번째 생일 축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