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라 불리는 남자

처형에게 누나!

히로무 2014. 9. 12. 09:46


한국의 가족 관계호칭은 알고나면 참 간단한데 

외국인이 처음 익히기에는 어려운 것 중에 하나다

친가쪽 이랑 외가쪽이랑 부르는 호칭도 다르고 

손윗 손아래 부르는 호칭이 다르고 




일본은 자기보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자기 친형제가 아니면 

형 누나라 부르지 않는다 

00 상 !  무조건 이름이다 

열살이 많던 스무살이 많던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자기야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후 얼마 안 되었을때

결혼전에 나의 가족들을 만났다 

어학당에서 열심히 한국어를 배울때였다 

그 당시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는 무조건 형이라 부르고 

나이 많은 여자는 무조건 누나라 부르던 때다 



 자기야는  이 형! 누나라는 호칭이 마음에 드나 보다 

아무나 보고 형이고 누나다


처음 우리 가족을 만나서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 고모님  이모님  

외국인에게 어려울만도 한 복잡한 호칭을 

한번 가르쳐 주니 잘도 기억하던 자기야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었고 

친정오빠에겐 자연스레 형님이라 부르고 

근데 유독 나의 언니인 처형에겐 누나라 부른다 


잘못 된 호칭이라고 결혼전이라면 모를까 

결혼을 했으니 처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몇번을 가르쳐 주어도 

자기는 처형이라 부르기 싫단다 

누나라 부르는게 좋다고...


그리곤 

" 누나 ! 이거 드실래요?

누나! 어쩌고 저쩌고... 누나!   ... "


그런 자기야를 말리는 나에게 

친정언니 " 냅 둬라 뭐라 부르면 어때 "


그 이후로  지금까지 처형을 누나라 부르고 있다 

물론 잘못된 호칭이지만 

친정언니 그런 제부를 그냥 이뻐해 준다 


잘못 된 호칭 고쳐 줘야지 하며

 따끔하게 한마디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몰라서 그러는것도 아니라서 ..

처음 나와 결혼 하기전에 만나 불렀던 호칭인 

누나가 좋은가 보다  

친정오빠에겐 결혼전에 형이라 불렀으니 

님자만 붙여 형님이라 부르지만 

친정언니에겐 누나라 불렀는데 갑자기 처형으로 

바꾸기가 싫었나 보다 

지금은 누나에서 누님으로 바뀌었지만...


자기야가 한국말을 잘 모를때  

내가 언니라 부르니 자기야도 언니라 불렀었다

자기는 남자니 언니가 아니라 누나라 

가르쳐 주었던 그런때도 있었다 


가끔씩

  자기 옛날엔 내가 언니라 부르니 

        자기도 언니라 불렀던거 기억나? 


  내가 언제? 난 기억 안나는데...


오리발을 딱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