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만 키우신 나의 일본인 시어머님은 나에게 참 잘해주신다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혼네와 다테마에 (본심과 접대성멘트)가 없으시다
오히려 너무 솔직하게 말씀 하셔서 나를 당황케 하신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엄마와 딸처럼 지낸다면 누가 믿을사람이 있을까?
나와 시어머님은 딸과 엄마같은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아무 문제없이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어머님 어머님 하면서 꼬리치고
어머님 미짱 미짱 하시며 귀여워 해주신다
아마 함께 살지 않고 가끔 만나니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서로에게는 외국인며느리이고 외국인 시어머니이니
많은 기대를 하지 않기에 좋은 부분이 더 많이 보이는게 아닌가 싶다
만나면 함께 당신의 아들이자 나의 남편인 자기야 흉도 보고
시어머님은 당신 남편이자 나의 시아버님 흉도 보며
남편과 남자둘.
남자들과만 살아 오셨던 시어머님에게
며느리이지만 같은 여자라는게 어머님은 참 좋으신가 보다
같은 여자라는 동질감 때문일까
시어머님괴 만나면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이야기가 많으니 서먹함도 없고
사이가 좋은 고부 관계임은 분명하다
시어머님과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지만
가끔씩 시어머님이 너무 멀게 느껴질때가 있다
얼마전 시어머님에게서 온 히로의 입학 축하 편지이다
편지 서두에 아들 이름과 며느리 이름을 쓰고 이름 뒤에
사마(様) 라고 쓰셨다
사마는 굳이 번역하자면 님이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님이라 쓰시고
그랬습니다 .저랬습니다. 생각합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글로 쓸때 예의를 지키는 일본인들의
습관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인 나로썬
가족이 아니라 남으로 느껴 지는 순간이다
한번씩 우리집에 오셔서 주무시고 가시면 꼭 메일이 온다
메일의 내용은
이번에 가서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신세많이 졌다. 고맙다 정도면 좋을텐데
습니다 합니다 식이다
사실은 신세를 졌다는 말도 마음에 안든다
가족간에 신세는 무슨..
처음에 시어머님에게 이런 메일을 받았을땐
이번에 나에게 뭔가 섭섭한 일이 있으셨나 고민도 했었다
그래서 저렇게 거리감을 두시는 메일을 보내시나 했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온 자기야에게 메일을 보여 주며
어머님이 나에게 섭섭한게 있으신가?
그런게 아닐거야.
아들인 나에게도 똑같은 메일이 왔는데
자기야가 자기 메일도 보여 준다
아들인 자기야에게도
신세를 졌습니다 라는 메일이 왔다
신경 쓰지마 그런거 아니야
우리 엄마 원래 그런식이야
그래도 가족인데 이런 메일 받으니 좀 그렇다
아들 집에 와서 주무시곤 뭐가 신세를 졌다는 건지...
한국이나 그렇지 여긴 일본이니까
일본의 가족이란게
한국같은 그런 것과는 달라
자기야는 아무렇지 않은듯 말하지만 ...
며느리인 나에게만이 아니라 당신 아들에게도 그러시니
시어머님의 성격이거나 아님 일본의
가족간의 예절인지 모르겠지만
한번씩 시어머님이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어찌보면 어느정도 예의를 지키며 선을 긋는게 좋을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선을 그어 버리면 가끔은 차가움을 느끼게 된다
뭐든 적당한게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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