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댁과 한국친정

아버님 그냥 두시라니까요..

히로무 2014. 3. 28. 00:30


문화의 차이일까 아님 그 사람 개인의 차이일까?

일본에서 살다보면 가끔 일본은 다 그런가?

아님 이 사람만 그런걸까 헷갈릴때가 있다 

하긴 내가 일본에 대해 연구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가 보다 하고  대충 넘어갈 때가 많다 


히로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처음 한달간은 학교 급식이 없고 

방과 시간이 빨랐다.

아직 유치원의 습성이 남아 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적응 하기 위한 기간이다 

나는 일을 하는 엄마인지라 입학후 한달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 점심도 걱정이고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 혼자 집에 둘수도 없고 해서

고민 하고 있었는데 

 이미 은퇴를 하신  시아버님이 한달간 와 주시겠다고 하셨다 

(시어머님은 그 당시 아직 은퇴 하시지 않으셔서 )

시어머님은 혼자서도 며칠씩 우리집에 오시곤 하셨지만 

시아버님은 항상 어머님이랑 함께 오셨었다

아버님 혼자로 우리집에 와 계시는것은 첫 경험이었다 


시아버님 음식도 까다롭지 않으시고 아주 편하신 분이시다 

시집 와서 시아버님 불편하다 생각한 적 없었던지라 

와 주신다니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 

히로도 할아버지 오신다니 무척 기뻐하고...


그렇게 한달 예정으로  우리집에 오셨는데  

예기치 못할 불편한 일이 생겼다 

일하는 바쁘고 힘들어 보이는  며느리를 도와 주시려는 

시아버님의 마음이시겠지 

회사에서 돌아오니 아버님께서 빨래를  개어 놓았다고 하신다

아니 이를 어째 내 속옷도 함께 널어 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의 속옷도 이쁘게 개어져 있다 


난 좀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또 개인적 취향도 보수적인 편이다 

반면 시아버님은 아주 개방적이시고 

남 신경 안쓰며 하고 싶은 것 하시며 편하게 사시는 분이시다 


시아버님이  며느리 속옷을 개어주시니 민망해서 어쩔줄 모르겠다 

집안일 안 하셔도 된다고 그냥 두시라고 했더니 

그깟껏 하나도 힘 안드는 뭐 그러냐고 

그 정도는 집에서도 하실수 있으시다고 하신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속옷이 있으니까....

(그렇게 차마 말은 못하고....)


그렇게 하지 마시고 히로 점심만 챙겨 달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 다음날  또 개어 두셨다

차마 속옷 때문이라 말은 못하고  그 다음날 부터

 내 속옷은  방에다 널었다

 

손자 봐 주신다고  오셔서 사람 좋아하는 우리 시아버님 

친구도 없이 아는 이 없이 

시아버님은 아마 창살 없는 감옥이었을 것이다  

오실땐 한달을 계실 예정으로 오셨는데 

히로가 급식을 시작한 3주째가  되자

 뒤도 안 돌아 보시고 가신다고 하신다 

아버님  많이 불편 하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