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 하기

이게 바로 케익 만드는 여자의 이쁜손

히로무 2014. 3. 30. 03:08



어렸을땐  귀여운 막내딸로 손에 물 안묻히고 살았다

집안일을 안 시키셨던 친정엄마 덕분에...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고선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 두드리며 편하게 직장 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일본에 와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NPO 등록된 시민 단체의 한국 관련 강사 일을 하며 

편히 편히 살다가 

내가 새롭게 도전한 일을 케익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껏 전혀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살다가 새롭게 접한 세계

처음 접하는 일인지라 맘고생도 했지만 

지금은 케잌 만드는 일이 직업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해 왔던  편한 일과는 달리 

케익 만드는 일은 육체 노동이다 

남들은 케익 만드는 일을 한다고 하면 

멋있다 ,재미겠다, 좋겠다 등등 

좋은면 만을 보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금껏 앉아서 편히  해 왔던 일과는 달리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이며 

물에 손을 담그는 일이 많은 손을 혹사하는 직업이다 


케익 만드는 여자가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손톱이 말썽이다 

손톱 끝이 두 장으로 벗겨진다 

왜 그런지 원인을 알아 봤더니 직업병이란다 

손톱의 증상에 따라 여러가지 원인이 있는데

나의 증상은 물을 많이 만지는 직업 즉 요리사에게 흔히 있는 증상이란다 

증상을 개선할려면 직업을 바꾸거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단다 

뭐 한마디로 약이 없는 병이란다 

물없이 일을 할수가 없는데 어떻게 환경을 개선하라는지...







이 일을 하기 전까진 나름 고생 안 한 손이고 이쁜 손이었는데

지금은 남 앞에 내 보이기가 부끄러운 손이 되고 말았다

흔히들 손을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하니까...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손톱을 기를수도 없고

매니큐어 같은것은 안 한지 아니  못한지 오래다 


근데 문제는 난 이 일이 좋고 재미 있다는 것이다 

계속 케익 만드는 여자로 있고 싶다 

그러니 직업을 바꿀 생각도 없다  

앞으로도 난 내 손을 혹사 시켜야 할 것 같다 


간혹 한국에 나가면 내 손을 보는 친정식구 포함 지인들은 

내가 어렵게 고생하고 사는 줄 착각 하시고 안타까와 하시는 분들도 있다 

전혀 아닌데...

하고 싶은일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는데....


자기 나라도 아닌 해외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것은 아니다 

능력이 되어도 이방인에게 기회는 잘 오지 않는다 

똑 같은 조건이라면 아무래도 자국민을 선호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난 참  운이 좋고 행복한 여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 위해서 

난 이쁜 손을 포기 해야 할 것 같다  

내 손은 보기엔 안 이쁘지만 케익을 만드는 달콤한 손이다

항상 달콤한 생크림 냄새가 베어 있는 손


히로는 지금도 가끔 내가 일을 하고 돌아오면

나에게 안겨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는다 

내가 왜 이러느냐고 징그러우니 저리 가라고 밀어내면 

엄마에게선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생크림 냄새가 내 손에 내 옷에 베어 있나 보다 

 아들이 좋아해주고 엄마를 꼭 안아주니 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