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댁과 한국친정

임신한 며느리 그리고 일본 시어머니

히로무 2014. 3. 10. 08:59


시어머님은 참 인자하시고 좋으신 분이다 

일본의 특유의 혼네와 다테마에(겉 마음과 속내)가 없으시다 

오히려 너무 솔직해서 가끔  날 당황하게 만드신다 

어찌 사람은 장점만 있을까?


결혼후 3년간 아이를 갖지 않았었다

시어머님은 빨리 손주를 보고 싶어 하셨고 


시어머님 전화로 " 빨리 아이를 가져야지 미짱 나이도 있는데..." 

자기야 보다 두살 많은 나를 두고 하신 말씀이다 

자기 아들에겐 아무 말씀도 않으신다 

아이가 늦어지는게 다 내 탓인것 처럼 ..

히로를 가지기전 아마 서너번 같은 말을 들었던것 같다 


그리 기다리시던 임신 소식 전하자

"잘 되었네. 미짱 나이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난 아직 만으로  서른 전이었다 .

며느리 임신했다고  과일 하나 보내 주신적 없으셨다

정말 말그대로 평소와 똑 같이

(물론 그때는 시어머님이 병원 관리 영양사로 

일하시며 살림 하시며 바쁘게 사실때 였지만...)  


임신중 시댁인 나고야를 방문했을 때 

뭐 먹고 싶은것 없냐란 말은 한번도 들을적 없다 

정말 평소대로 그대로 먹고 그랬다 

오히려 시어머님의 한마디 

"임신은 병이 아니니까..."

늦은 아침을 먹은후 가볍게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2시가 조금 넘었다

"아침 늦게 먹었더니 배가 안 고프네.

 점심 먹지 말고 저녁을 좀 빨리 먹는게 어때?"


어머님 전 임신부 거든요.

전 뭔가 먹고 싶다구요...


시어머님은 아들 둘을 키우셨기에 여자아이를 원하셨다 

임신전 부터 딸이 좋다 좋다 하셨다

병원에서 아들인걸 알고 전화로 말씀 드렸더니 

"그래. 아들이구나... 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유감이네." 

아이고 어머님 뱃속에서 손자가 다 듣고 있다구요...

다른 말은 다 잊어도 그 유감이란 말은 잊을수가 없을것 같다 


우리 시어머님 악의가 없으시다는것 알고 있다

일본인이 다 그런건지  아님 우리 시어머님이 특별하신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일본은 임신은 병이 아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특별 대우 바라지도 않고 특별 대우 하지도 않는다 

우리 회사 여성 직원들 출산 한달전 까지 당연하다는 듯 일을 한다

물론 직원 누구도 편의를 봐 주지 않는다 

힘을 쓰는 일도 평소 그대로 한다 

 

지금은 시어머님 은퇴하시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으셔서 인지 

자상한 할머니에 자상한 시어머님이시다 

시집 살이라는 것도 하지 않는다 

계산도 깔끔하시고 가끔은 며느리인 나에게 용돈도 주신다 

참 좋으신 어머니다 

임신했을떄 느낀 섭섭한 감정은 평생 잊혀 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적 있다 

난 아무리 좋으신 시어머님이라도 난 어쩔수 없는 며느리인가 보다 

임신중에 하신 시어머님의  조금은 섭섭한 말씀들이 

사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 

난 속 좁은 며느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