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일본은 가정방문의 계절이다
내가 초등학교때 우리집에도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오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일본도 지역마다 학교마다 방침이 다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일본에서의 가정방문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한국의 가정방문과는 많이 달랐다
히로가 유치원때는 선생님이 현관앞에서 3, 4분
이야기 하는 식의 가정방문이었다
현관 안으론 절대 안 들어오시고 현관 밖에서
간단한 인사 하는 정도였다
아이의 첫 가정방문에다 엄마가 외국인이라 좋은 인상을 드려야지 싶어서
열심히 청소하고 꽃도 꽂아두고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준비 했는데 헛수고였다
그래도 잠깐 들어 오시라 하니
유치원 방침이 들어가면 안된다시며 현관 앞에서 인사로 끝!
내 생각 : 아니 가정 환경을 보러 오는게 가정방문이 아닌가?
현관에서 인사하면 개인면담때 하면 되지?
뭐 이런 가정방문이 다 있나 싶어서
같은 지역의 다른 유치원에 다니는 엄마에게 물어보니
그 쪽 유치원은 집안에 들어와서 5분 정도 인사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음료와 다과는 필요 없다고 했다
그 엄마의 말에 의하면 가는 집마다 다 마시고 먹을수 없으니
어떤 집은 먹고 어떤집은 사양하면
엄마들 사이에 왜 우리집에서 안 먹나 등등
말이 나고 트러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일절 다과는 내지 않는다고 했다
초등학교의 가정방문은 유치원과는 또 달랐다
초등학교 입학한후에도 이 시기엔 가정방문이 있다
근데 히로의 초등학교의 가정방문은 일절 부모에게 언제 간다는 연락이 없다
왜냐하면 집을 확인하는 가정방문이기 때문이다
하교때 같은 방향의 아이들 대여섯명과 함께 선생님이 오신다
집 안에 엄마가 있는데도 집 밖에서 아이가 선생님께
선생님 여기가 우리집이에요
여기가 히로 집이구나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
자 다음은 00 군 집은 어디야?
엄마가 집에 있던 없던 상관이 없다
초등학교 가정방문은 집이 어딘지 확인하는 가정방문이다
지진이나 긴급 상황을 대비해 아이가 살고 있는 집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일본에서의 가정방문은
뭐 신경 안써도 되는 선생님이 동네 산책하듯
쓰윽 한바퀴 돌다 가는 가정방문이다
그러고 보면 신학기가 되면 으례하는 가정환경조사
일본의 가정환경 조사서엔 부모의 직업도 나이도 쓰지 않는다
부모가 무슨일을 하는지 경제사정이 어느정도인지
선생님은 아무것도 알수 없다 심지어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형제 이외는 적는 란이 없어서 형제 관계조차 알수가 없다
(유치원이나 중학교 다니는 형제는 알수없다 )
아이의 건강상태 지금껏 앓은 병 (수두는 언제했는지 볼거리는 했는지 등등 ...)
그리고 법적 예방 접종은 언제 했는지 등등
아이에 관한 내용이 전체의 70%이고
나머지 30%는 집 주소와 지도
그리고 긴급 연락처가 전부다
하지만 이 30%의 집 지도와 긴급 연락처가 참 중요하다
지진이 많은 나라인지라 무슨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이 가도록
긴급 연락처를 기본 세군데는 반드시 써야 한다
한국을 떠난지 오래인지라 지금의 한국 학교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내가 어렸을때 내가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가정방문과 가정환경 조사서였다
처음엔 생소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중학생이 된 히로 중학교는 초등학교랑 또 많이 다르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매일 매일 배워 나가는
외국에서의 학부모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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