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가 입학할 고등학교에 내야 할 서류가 가득이다
체육복도 맞춰야 하고
목요일 고등학교 가서 해야 할 일들다
당연히 학교에 가야지 싶어서
미리 회사에 휴가를 냈는데 말이지
그러데 말이지
부모들은 안간다는데
그냥 우리끼리 가서 서류 내고
체육복 맞추고 그러면 된다는데 ..
헐 .. 은행 관련 서류도 있고
그리고 지금까지 아니 중학교까지는
당연히 이런 일엔 부모가 학교가서 다 했던 일인데
진짜 엄마들은 안간데?
응.. 다른애들은 자기들끼리 간다는데 ..
그런건가?
이게 바로 의무교육 기간인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차이인건가?
고등학생이 되면 엄마가 필요 없는건가?
이젠 히로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하나 둘 씩 없어진다는게
뭔가 시원섭섭하다
당연히 가야 하는줄 알고 휴가까지 냈는데
말이지 .......
체육복은 입어보고 싸이즈
잘 맞춰서 주문하고
혹시 모르니까 도장도 가져 가고 ...
그렇게 히로 보내놓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멍 하다
이젠 난 오늘 뭘 해야 하나 하는 ..
할 일을 잃어 버리고 방황한다고 해야 하나
할 일은 없고
봄 맞이 준비로 마당 정리나 할까 싶어
마당에 나가보니
잘 자란 열무가 눈에 딱 들어 온다
11월에 마당 한구석에 심어 두었던 열무다
심어만 두고 그냥 무관심
그런데도 넘 잘 자랐다
약도 치지 않았는데 벌레 하나 먹지 않고
비료나 거름도 하지 않았는데
파릇 파릇 싱싱하게 ..
열무 김치란걸 담았다
열무 씻고 손질하면서 열무김치를 담그면서
"아 .. 이젠 히로 엄마가 필요 없구나 .."
하는 생각이 ....
어차피 성장하면 내 품을 떠날꺼고
이게 떠나보내는 첫 연습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갑자기 훌쩍 떠나 보내기 보단
이렇게 조금씩 천천히 ..
학교에서 돌아 온 히로
엄마 없이 잘 하고 왔단다
엄마 체육복 두벌 맞췄어
한벌이면 빨아 입기 그렇잖아
.... 그래 잘 했네
필요없는 휴가를 내고
귀중한 내 휴가
하루를 이렇게 의미없이 보냈나
조금은 허탈했는데
울 자기야 저녁 밥상에 올라온
갓 만들어 낸 열무김치를 먹어 보고선
어 이거 맛있네
딱 내 입 맛이야
울 자기야는 신김치는 별로 안 좋아한다
갓 담근 김치를 좋아한다
일본에서 열무 김치 담글일 잘 없고
그래서 열무김치 그거도 갓 담근 열무김치
먹은적 없는 울 자기야가 오늘 만든 열무김치를
넘 맘에 들어 한다
울 집 자기야가 열무김치 넘 맘에 들어 해서
나의 의미없을 뻔한 휴가가
할 일 없어서 무공해 우리집 마당표 열무로 담근
열무김치가 딱 내 입맛이란 그 말 한마디로
조금은 보상 받은 기분이다
내년에도 잊지 말고 열무 꼭 심어야지
마당 한 구석에 ..
내일은 히로 졸업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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