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작은 범죄

히로무 2017. 6. 30. 00:00


내가 넘 좋아하는 한국 언니야를 지난번에 만났을때

언니야 집 감자 맛이 끝내준다고 자랑을 했었다 

몇번이나 말하지만 땅값 비싼 동경의 
땅 부잣집 맏며느리인 언니야다 


언니야집 마당 아니  마당이라 하기엔 너무 크기나  

텃밭이라 해야 할까 보다 

어쨌든 언니야집 마당에서 키우는 감자 맛이 끝내준다며 

언니네 감자 자랑을 하면서 


 다음주쯤 우리집 감자 캘것 같아 

시어머니가 감자 캐시면 내가 

살짜기 훔쳐 올테니까 

맛 한번 봐  

사먹는 감자랑 맛이 다르다니까 ...


그리고 이번주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어머님이 감자를 캤어 

만나자 


시어머님이 애써 지으신 감자를 

며느리가 살짜기 훔쳐 나오는데 성공 

오늘 공범이 나를 만나 살짜기 건네 주었다 


사실 내 입장에선 아직 맛도 안 본 감자 

감자가 다 그 맛이 그 맛이지 

그 감자 받으러 언니야 만나러

교통비 비싼 일본에서  전철을 세번이나 갈아타고 

언니를 만나러 간게 아니다 

그 교통비만으로도 한동안 울 가족이 먹을 감자 

사고도 남는다 


감자는 핑계고  그 핑계로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인 

언니야 만나서 수다 를 떨기 위한 것이 

나의 목적이다 


아침  10시에 언니야 만나 장장 5시간을 수다를 떨고 

헤어지면서 언니가  살짜기 건네준 

장물을 ...

아니 감자 보따리 

이젠 나도 꼼짝없이 언니의 공범이 되어 버렸다 

아니 이게 첫 범죄는 아니다 

아마도 언니랑 저지른 절도 사건을 일일히 다 꼽으라면 

손가락 열개가 모자란다 


 



도대체 얼마를 훔쳐 온건지 

엄청 무겁다 

이 무거운 장물을 들고 전철 세번 갈아 타고 

집으로 ..





간 큰 며느리가 많이도 훔쳐냈다 

이렇게 훔쳐 내고도 안 들키다니 ...


그나저나 이게 언니가 그렇게 맛있다고 

열변을 토하며 자랑한 그 감자란 말이지 ...


땅 값 비싼 곳에서 자랐으니 

몸값도 더 비쌀려나 ..


오늘 언니야 만나서 넘 맛있게 넘 많이 먹어서 

오늘은 영 감자 생각이 없다

그 맛나다는 감자는 내일 쪄 먹기로 하고 


 


언니가 감자만 훔쳐 내 온게 아니다 

아침에 나를 만나러 나올려고 하는데 

정원사가 마당 정원수 전지 작업하러 온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정원사들이 들이닥치면 못 훔쳐 낼것 같아 

얼른 마당으로 나가 오이 두개랑 

또 자두 나무에서 자두도 몇개 따다 담았다고 한다 



언니야집 마당엔  내가 아는것 만

자두나무 복숭아 나무

매실나무 모과 나무 게다가 세상에나 밤나무 까지 있다 

이 나무들이 있는걸 어찌 다 아냐 하면 

한번씩 다 언니야가  훔쳐다가

내가 맛을 본 과목들이다 


그외에 얼마나 더 많은 과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니도 모르는 수많은 나무들이 있다고 한다 






 정원사 온다는걸 난 못들었었거든 

오늘 아침에서나 들었지 뭐야 

그래서 급히 따느라  몇개 못땄어 


금방 딴걸 증명이라도 하듯 

자두 잎 까지 덤으로 붙어있는 빨간 자두 

자두야 너 참 반갑다 






언니야가 유리병에 넣어준 이 액체는

바로 언니가 작년에 직접 담근 매실청 


지난번에 언니야 만났을때 

그때는 언니야가 자기집 마당의 매실을 훔쳐와 

나에게 주었었다 

매실이라면 딱 떠오르는게 일본의 대표적인 장아찌인 

우메보시랑 매실청인데 

우메보시는 전에 담궈본 경험으로 비춰 볼때 

너무나 손이 많이 간다 


손이 많이 가지만 내가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있으면 가끔씩 먹고 없으면 안먹는 그런 존재 


그런 우메보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안들고 


그 다음에 매실청인데 

사실 매실청은 한국 싸이트에서 레시피 검색을 하면 

매실청을 넣으라고 참 자주 등장한다 

근데 난 매실청을 한번도 만들어 본적이 없었다


 이거 완전 무공해 우리집 마당표 매실이야 

미짱 줄려고 어머님 따 놓으신거 훔쳐 왔어 


  나 이 매실로 매실청 만들어 볼까 

한국에서 매실청 매실청 하는데 난 한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거든 


 진짜?

난 어머님이 매실 농사 지으면 매년 담그거든 

그거 진짜 간단해 

내가 담에 만날때 내가 담근 매실청 좀 가져다 줄께 



언니야 자기가 한 말 잊어 버리지 않고 

매실청을 가지고 왔다



 이건 훔친거 아냐

내가 담근거거든  ㅋㅋㅋ





지난번 언니가 가져다 준 매실로 

언니가 가르쳐 준대로 잘 씻어 물기 쫙 말린후 

이쑤시개로 꼭지 제거하고 

담그었던 미짱표 첫 작품 매실청 




지금은 이렇게 물이 많이 나왔다 

언니는 3개월쯤 이대로 두었다가 매실을 건져 주라고 했었다 

귀찮으면 그냥 둬도 된다고 ...

아직 한달이 채 안되어서일까 

언니가 준  작년에 담군 매실청은 색이 진한데 

내가 담근건 색이 아직 연하다 


내가 담근 매실청이 완성 되기 전까지 

언니야표 매실청으로  요리의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 볼까 보다 


아! 내가 매실청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언니야가 내년 부터는 매년 

  시어머님이  매실을 수확하면 

살짜기 훔쳐다 주겠다고 한다 


 언니야 난 매실을 훔쳐 주는거 보다 

매실청 담궈서 주는게 더 좋은데  ㅋㅋ



오늘은  내가 참 나쁜 여자가 되어 버린 날이다

착한 며느리 시어머님 몰래 

시어머님이 농사 지으신것 

살짜기 훔쳐 오도록  조장 하는 나쁜 여자 


하긴 나도 언니야의 시어머님 몇 번 뵌적도 있고 

시아버님 돌아 가셨을때 장례식에도 참석 했으니

나 가져다 준다면 어차피 다 드시지 못해서 

이리 저리 나눠 주시는 분이시니 

 언니야 시어머님은 흔쾌히 가져다 주라 하시겠지만  


언니야는 일부러 살짜기 훔쳐 온다는 표현을 쓴다 

살짜기 조용히 훔쳐와서 나에게 

살짜기 조용히 건네면서 

키득 키득 거리며 웃고 

시어머님을 비롯 다른 사람들 몰래 

나랑 언니야랑 둘 만의 작은 비밀을 만드는 

그런 아이 같은 장난 스런 마음을 느끼고 싶어서다 


 미짱 이제 부터 토마토랑 오이 수확이 시작 될텐데 

가까이 살면 자주 자주 훔쳐다 줄텐데 ..


 언니 훔쳐만 내 

언니든지 달려 올테니까 ㅋㅋㅋ



훔친 물건들보다 교통비가 더 비싸게 들때도 있지만 

언니야랑 나와 둘만의 비밀 범죄는 

아마도 계속 될 것 같다 


언니야가 훔친 물건 건네 받은것도 좋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오늘의 최고를 꼽으라면 

당연 언니야와의 수다다 


언니야가 담번엔 또 뭘 훔쳐 올지

살짜기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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