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오늘은 비번이라 오전에 집에서 쉬다가
따스한 햇살과 시원하게 부는 봄바람의 유혹을 못 이겨
봄방학중이라 집에 있는 히로에게 산책겸 봄꽃구경 가자 했더니
옆집 친구랑 놀기로 약속했다며 안간다고 한다
이제는 나름 컸다고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다는 히로다
이 좋은 봄날 히로에게 바람 맞았다
맛있는 점심 사먹고 벚꽃 보러 가자 해도 싫단다
꼬셔도 넘어오지 않는다
차가운 놈! 누굴 닮아 조리 차가운지....
차마 히로에게 나 살짝 삐쳤다고 말은 못하고
집에 있는 빵으로 대충 점심 챙겨 먹고 친구랑 자알 놀아라 하고
(밥도 챙겨 주지 않고 나온 속좁은 엄마다)
모꼬짱 데리고 집을 나섰다
근데 속은 부글 부글 꿇는다
괘씸한 놈! 이런날 엄마 좀 상대 해 주면 안 되나....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반딧불 연못이 있다
말 그대로 반닷불이 사는 곳이다
반딧불은 내가 알기론 아주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물에서만 사는것으로 안다
사실 난 이 곳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딧불을 직접 보았다
동경에서 반딧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지 싶다
4월 말에서 5월초에 걸쳐 단 일주일간 잠깐 볼수 있는 반딧불이다
반딧불 연못으로 내려가는 길 양 옆으로 벚꽃이 활짝이다
주변에 벚꽃이 아름다운 곳이 몇 곳 더 있는지라
모두들 그쪽으로 갔나보다 (그 쪽이 더 유명한지라...)
이 곳은 사람이 없어서 좋다
아무래도 모두들 유명한 곳으로 모이나 보다
이곳은 아는 사람만 아는 조용한 곳 이다
어딜가도 사람으로 미어 터지는데 조용한 이곳이 좋다
반딧불 연못으로 내려 가는 계단
게단을 올려 보니 멀리 벚꽂이 보인다
내가 우리 동네 살면서 이 곳으로 이사와서 정말 좋다 싶은것
바로 이런 자연이다
동경 중심지인 신주꾸나 시브야까지 갈려면 1시간이나 걸리지만
대신 이런 자연을 가질수 있어서
집 주변에 도보 30분 이내엔 셀수 없이 많은 이런 자연공원이 있다
특히 우리 동네는 동경 변두리인지라
인위적으로 만든 공원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녹지나 공원이 많이 있어서 진짜 좋다
역시 자연은 자연 본래의 모습
사람의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모습이 제일 좋은것 같다
반딧불 공원의 나무다리
주변에 미나리며 쑥이며 민들레며 천지다
물 속을 들여다 보았더니 다슬기가 더 많은지 돌이 더 많은지...
경상도 말로 고디라고 하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고디국이 먹고 싶다
안타깝게도 널린게 고디인데 고디국 먹어만 보았지
만들지 몰라서 아쉬울 뿐이다
한국 같으면 다 잡아가 씨가 마를텐데..
어디서 좋은 냄새가 난다 싶어서 둘러보니 유채꽃이다
향기가 너무 좋다
우리 모꼬짱 봄이라 마음이 싱숭 생숭한가보다
이러다 봄처녀 바람 날까 두렵다
이름도 모르는 잡초인데 꽃이 너무 이쁘다
히로에게 바람맞아 나선길인데
이리 저리 둘러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혼자로 나선지 두시간이 지났나 보다
히로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야?
왜? (말이 곱게 안나간다. 약간은 퉁명스럽게...)
그냥.... 어디야?
반딧불 연못 (말이 짧다)
지금 나 가도 되?
왜? 효군이랑 노는거 아니야?
효군이 겐군(겐군도 옆집 친구다)이랑 게임한다네...
그래서 안 놀기로 했어
오던지 말던지...
히로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하면서 논다는 친구보다는
뒤늦게 엄마를 선택한것 같다
아마 히로는 엄마에게 미안해서 바로 전화 못하고
두시간이 지난후 전화를 했을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속 좁은 난 나를 바람 맞혀놓고
자기도 바람맞은 (바람 맞은건가?)히로에게 퉁명스럽다
뒤늦게 나온 히로랑 반딧불 연못이랑
꽃들을 보며 두어시간 더 돌아다녔다
속도 좁지만 속도 없는 난
히로와의 데이트에 뒤틀린 맘이 어느새 풀렸다
돌아오는길 둘이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먹으며
사이좋게 집으로...
시작은 별로 였지만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
'미짱이 사는 동네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어라 마셔라 우리동네 마쯔리 (0) | 2014.07.20 |
---|---|
그냥 둘 순 없잖아? (0) | 2014.04.05 |
연분홍빛 봄소식 (0) | 2014.02.28 |
보기에도 아슬 아슬하다 (0) | 2014.02.17 |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나는 땅 부자 (0) | 2014.01.07 |